[김양규 박사의 성서 한방보감] 생활 처방
입력 2014-04-12 03:00
고혈압환자는 혈압 약을 먹고, 당뇨환자는 당뇨 약을 먹는데, 그것만으론 곤란하다. 이렇게 약물로 치료하는 것을 약물요법이라 하는데, 질병의 치료에는 약물요법만으론 안 되고 비 약물요법도 병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고혈압환자가 약물로 유지되고 치료되는 확률은 5∼10% 정도이며, 당뇨 같은 경우는 치료라기보다는 관리적 측면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생활처방이 들어가야 한다. 고혈압환자가 짠 음식을 먹지 않고, 기름기를 먹지 않으며 허리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하는 것은 약물요법보다 훨씬 더 중요한 비 약물요법으로 생활처방이다. 생활처방이 잇따르지 않으면 약물요법만으론 치료가 안 된다. 약물에만 의존하던 분들이 갑자기 돌발적인 상황이 생기는 것도 생활처방이 안 되어서이다. 당뇨 역시 마찬가지다. 당뇨환자는 단 음식뿐 아니라 모든 음식물을 적게 먹고 운동한다는 생활처방을 따라야 한다. 아무리 당뇨 약을 먹는다 해도 생활처방이 따르지 않으면 그것만으로 치료는 안 된다. 당뇨 역시 약물로 조절되는 것은 10% 미만이고, 생활처방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비만 역시 마찬가지다. 항간에 살 빼는 약, 원 푸드 다이어트 등으로 미혹하고 유혹하는 이들이 많이 있는데 비만 역시 생활처방이 따라야 한다.
비만이란 자체가 한방적으로 볼 때 습담이 많은 것이다. 습이란 세포사이에 끼인 물을 말하고, 담이란 세포사이에 끼인 기름기 즉 체지방을 말한다. 비만이란 세포 사이에 습담이 많이 끼여 세포가 커진 것이다. 그래서 비만의 치료는 습담을 제거하여 세포의 크기를 작게 하는 데 관건이 있다.
허리가 자주 아픈 사람들도 무조건 디스크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척추 뼈를 둘러싸고 있는 인대와 근육, 신경 등에 문제를 주는 생활은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매일 30분 이상 걷고 뒤로 걷기도 20분 정도 병행해주는 생활을 하면 대부분의 허리 병들이 사라진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허리에 막힌 기체와 어혈을 풀어내는 생활처방이다. 처방은 약이나 침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생활로 하는 것이 더 상위다.
베체트병처럼 입안이나 점막에 염증이 자주 생기고 아무리 약을 써도 낫지 않는 분들은 생활을 돌아봐야 한다. 오랜 구내염이나 베체트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아침마다 공복 시에 녹즙을 짜서 한 잔씩 마시게 해서 낫게 한 경험이 있다. 신선한 녹즙 속에 들어있는 비타민과 미네랄류의 공급이 필요한 때문이다. 생활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편식을 함으로 생기는 병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경우는 적절한 생활처방이 약보다 더 중요하다.
환자들은 병이 나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병이 낫는 구조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그게 생활처방이다. 생활처방이 약보다 더 중요한데 많은 경우, 가만히 앉아서 약만 먹으면서 병 낫기를 바라는 때문이다. 생활처방을 논할 때 영적인 생활처방도 빼놓을 수 없다. 말씀 읽고 기도하는 생활, 경건하게 묵상하는 생활, 그리스도인의 건강한 영적인 삶을 위해서 꼭 필요한 생활처방이다. 사람 몸은 기름만 쳐주면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영혼이 살아야 육체가 살고 정신이 맑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생활처방은 육적인 생활뿐 아니라 영적인 생활에까지 이어져야 한다. 요한복음 6장 63절의 말씀처럼, 살리는 것은 영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영혼과 육체가 조화를 이룰 때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이 나면 마땅히 약을 써야 되지만, 약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활임을, 그 생활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 처방하는 것이야말로 영육 간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양규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