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김황식-김상곤, 데뷔는 화려… 그런데 왜 안 뜨지?

입력 2014-03-31 03:06

6·4지방선거의 다크호스로 불렸던 여야 ‘양 김(金)’의 초반 실적이 예상외로 저조하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새누리당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낮은 지지율에 울상을 짓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여야 주류의 ‘보이지 않는 손’이 미는 후보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아마추어 정치인=두 후보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총리는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라는 ‘스펙’에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여권 핵심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교육감은 진보적 교육 정책으로 전국적 지명도를 얻은 데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수차례 만나 경기도지사 출마를 요청하는 등 ‘안심’을 얻은 후보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화려한 데뷔도 잠깐이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두 후보 모두 본선은 물론 당내 경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후보 모두 아직 ‘프로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초반 고전의 가장 큰 이유라는 견해가 많다. ‘박심’이나 ‘안심’을 얻었다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의 역량을 보여주는데 방해가 됐다는 역설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지역을 대표하는 리더로서 준비돼 있는가, 헌신할 준비가 돼 있는가를 보는데 두 사람은 아직 프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 모두 다른 후보들에 비해 출마 선언이 늦었고,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하는 모습 때문에 ‘권력 의지’가 약해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캠페인에서도 아마추어적 대응이 드러났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7일 서울시장 당내 경선이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등을 포함한 3자 대결로 좁혀지자 당의 경선 관리에 불만을 표시하며 칩거에 들어갔다 복귀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그는 이날 “남은 경선 기간에 나라 사랑, 겨레 사랑, 그리고 저의 능력을 시민과 당원 동지에게 알려서 기필코 승리하겠다”며 사흘간의 칩거를 마치고 경선 활동에 복귀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불필요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김 전 총리 측은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광고비가 지난해 11월 이후 급증한 것이 선거와 관련이 있다며 당에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정 의원 측이 반격하면서 경선이 네거티브전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전 교육감의 경우 초반 높았던 지지도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무상버스 공약 발표 이후 꺼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공짜버스’ 논란에 매몰되면서 자신이 경쟁력 있는 교육 분야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크호스의 역전 스퍼트 카드는=김 전 총리 측은 일단 인지도 향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낮은 인지도를 빨리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인지도를 높인 뒤 본격적인 전략으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본선 경쟁력에서 정 의원에 비해 앞서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청렴성,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경력에서 나오는 행정력 등이 비교우위라는 설명이다. 김 전 총리 측에서 정 의원의 광고비 지출을 문제 삼고, 경선 재개 후 첫 행보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을 방문한 것도 ‘돈 많은 귀족’ 후보라는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고, 행정가 출신의 본인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김 전 교육감 측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책선거로 끌고 가면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 전 교육감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지지율 조정기로 김 전 교육감의 저력으로 곧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자리·복지·혁신에다 통일까지 포괄한 ‘3+1’ 정책으로 선거를 끌고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송영길 인천시장’ 모델을 주목하라는 충고도 나온다. 송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후발주자였지만 안상수 당시 시장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배종찬 본부장은 “송 시장은 당시 안 전 시장의 부채난과 무계획적인 신도심 개발을 전략적으로 공략해 역전에 성공했다”며 “후발주자들은 현직 단체장의 시·도정을 면밀히 평가하고 대안도 공격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성수 유동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