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김용진·임홍국 교수팀, 생체적합성 뛰어난 인공심장조직판막 국산화 성공
입력 2014-03-31 02:45
국내 의료진이 미국과 유럽이 독점해온 개당 3000만원짜리 인공심장조직판막(인공판막)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와 소아흉부외과 김용진, 임홍국 교수팀은 ㈜태웅메디칼 연구진과 공동으로 생체적합성이 뛰어난 새 인공판막을 개발, 동물실험까지 마쳤다고 30일 밝혔다.
이 판막은 돼지의 심장막을 특수용액으로 처리한 후, 사람의 것과 똑같은 3가닥 판막조직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시술 시 혈관에 삽입될 스텐트(금속그물망) 안쪽에 붙여 쓰도록 돼 있다. 스텐트는 직경 20∼26㎜짜리 형상기억합금 ‘니티놀 와이어’ 소재로 만들었다.
새 인공판막은 직경이 최대 22㎜에 그치는 미국산 및 유럽산에 비해 4㎜나 커서 적용범위가 폭넓은 것이 장점이다. 새 인공판막이 산업화될 경우 개당 3000만 원에 이르는 미국산과 유럽산을 빠르게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막대한 수입대체효과도 기대된다.
연구팀은 평균 체중 43.9㎏의 양 12마리의 사타구니 또는 목 정맥에 가는 도관(導管)을 삽입하고, 이 도관을 통해 새 인공판막을 붙인 스텐트를 심장에 이식하는 실험을 실시하는 방법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다.
실험 결과, 새 판막은 이식 6개월 후에도 혈류 역류나 폐동맥 재협착 없이 제 가능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 부검 조직 검사에서도 석회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등 보존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판막은 선천성 심장병으로 폐동맥판막이 협착(들러붙어 좁아짐)되면서 피가 역류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즉 우심실에서 폐로 혈액을 뿜어낼 때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김기범 교수는 “폐동맥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우심실이 심하게 늘어나거나 두꺼워져 제 기능을 못하게 돼 인공판막으로 갈아줘야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공판막 이식술은 환자의 사타구니 피부를 일부 절개한 후 허벅지 정맥이나 동맥을 통해 도관을 심장까지 밀어 넣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새 인공판막은 ㈜태웅메디칼이 산업화할 계획이다.
연구결과는 심장학 분야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카디올로지’(IJC)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