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연 총신대 총장 전격 사의
입력 2014-03-28 17:55
길자연 총신대 총장이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총장에 취임한지 88일만이다.
길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로 총신대 세미나실에서 열린 운영이사회에서 “총신대 발전과 총회 안정 및 평화를 위해 총장직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운영위는 예장합동총회를 통해 제기된 길 총장의 결격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나 정족수 미달로 개최되지 못했으며, 이 자리에서 길 총장이 구두로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 총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총신대는 물론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 총회도 놀란 표정이다. 일각에서는 길 총장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길 총장은 취임 당시 교단 헌법상 ‘정년 70세에 은퇴한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조항 등에 따라 교단 안팎으로부터 줄곧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총장 선출 직후에는 칼빈대 총장 재임 당시 교육부 지시 불이행의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학교법인 칼빈신학원 임원 취임 승인 취소’를 통보받았다. 이 때문에 ‘임원 승인이 취소된 자에게 향후 5년간 학교법인 임원이 되지 못하도록 한 사립학교법에 따라 총신대 총장 결격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지난 11일 예장합동의 증경총회장단 소속 원로 목회자들이 “70세를 정년으로 규정한 총회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결의한 점도 길 총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길 목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증경총회장단의 결의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일을 잘하는 것보다 교단 화합이 더 중요해 사의를 표했다”면서 “처음 총장에 선임됐을 때 덕치를 하려고 했으나 이쪽저쪽을 아우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총신대 규정에 따르면 총장 유고시 총장대행은 부총장이 맡도록 돼 있다. 현재 총신대에는 함영용( 대학) 부총장과 박건택, 심상법(이상 대학원) 부총장 등 3명이 있으며, 이 중 한 명이 재단이사회의 향후 결정에 따라 총장 대행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