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정상회담] 드 메지에르 당시 동독 총리 등 통독 주역들에 ‘통일 조언’ 들어

입력 2014-03-28 02:57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방문 사흘째인 27일(현지시간) 베를린 시내 숙소호텔에서 ‘독일 통일 관련 인사’들을 만나 독일 통일 경험과 우리의 통일 준비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초청된 인사들은 로타르 드 메지에르 통독 당시 동독 총리와 라이너 에펠만 전 동독 국방장관, 볼프강 쇼이블레 현 독일 재무장관, 이리스 글라이케 현 독일 경제에너지부 정무차관, 요하네스 루데비히 전 경제부 차관 등이었다.

동독에서 태어나 동서독 분단 시절을 내내 동독에서 보낸 드 메지에르 전 총리는 ‘공산 동독’에서도 보수 기민당원으로 활동한 특이한 이력의 정치인이었다. 통독 당시 동독 최초의 자유선거를 통해 선출된 마지막 동독 총리로,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총리와 함께 “독일은 통일됐다”고 공식 선언한 인물이기도 하다. 1996년부터 이달 초까지 일곱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으며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독일 측 위원이기도 하다.

에펠만 전 국방장관은 목사 안수를 받은 정치인으로, 드 메지에르 총리와 함께 통독 시기 동독 내각을 이끌었다. 1964년 동독군 징집을 거부해 정치적 박해를 받았고 동독 내 인권운동을 주도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 역시 통독 당시 서독 내무장관을 지내며 통독 과정을 지켜봤던 인사다. 통독 이후 전국 선거에서 지방 유세 도중 정신이상자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지만 이후에도 정치활동을 지속하며 수차례 독일 기민당 연방총리 후보와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다.

글라이케 정무차관은 앙겔라 메르켈 내각에서 보기 드문 사민당 출신 각료로, 통독 당시 당내 동서독 거주통합 정책을 담당했던 여성 정치인이고, 루데비히 전 차관은 콜 전 총리의 경제보좌관으로 동서독 경제통합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주로 ‘듣는 입장’에 섰다. 드 메지에르 전 총리는 “당시 동독인들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평화시위를 벌이며 통독 과정에 적극 참여했다”며 “남북한 통일도 한쪽의 일방적 병합이 아니라 양쪽 시민의 자발적인 행동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당시 통일 방식, 통일 관련 ‘2+4’ 국제조약 체결 등 동서독과 미국, 소련 등의 통일 협상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루데비히 전 차관은 동서독 간 1대 1 화폐교환 통합을, 글라이케 정무차관은 경제격차 해소를 위해 어떻게 독일 정부가 정책을 펴나갔는지를 박 대통령에게 자세히 알렸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외무장관은 갑자기 자택에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오지 못했다.

베를린=신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