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 또 충돌… 아시아나 주총 고성 난무

입력 2014-03-28 03:51

금호가(家) 형제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동생인 박찬구(66)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은 27일 개최된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형인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오전 서울 강서구 오정로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 몇 시간 뒤에 ‘아시아항공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 남부지법에 냈다. 이 회사는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시도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변칙적 의결권 행사에 제동을 걸고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주총회 성립의 가장 기본적 요건인 의결정족수의 확인이 불가능했으며 개별 안건에 대한 표결절차조차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주총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정식으로 서류가 오면 대응하겠다”고 반박했다. 그룹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이 문제 삼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 매각 거래는 채권단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사안이고,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선임은 채권단 결정에 따라 책임경영을 이행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 등을 통과시켰다. 주총장은 금호석유화학 측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날이 선 분위기였다.

금호석유화학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관계자 3명은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가 출석주주·주식수에 대한 보고를 마치자 발언권을 요청했다. 이들은 “발행주식 총수는 주총의 효력을 좌우하는 문제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은 상호주에 해당돼 상법상 의결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주 사이에서 “당신 주주 맞아?”라는 외침이 나오며 장내 긴장이 조성됐다.

금호석유화학 측 대리인은 의안을 의결할 때마다 금호산업의 주총 의결권 행사와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폐회 선언 직전에도 “2대 주주인 저희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는데 (의장이) 어떤 근거로 과반이 찬성했다며 가결을 선포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분율 12.6%로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다.

금호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셋째 아들인 박삼구 회장, 넷째 아들인 박찬구 회장의 형제간 갈등으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분리됐다. 그 뒤 현재까지 검찰 수사와 고발, 계열분리,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으로 원색적인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박찬구 회장 측이 박삼구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문건을 빼돌려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빼내게 한 혐의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