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멤버 줄줄이 탈퇴 왜?… 어린 나이에 맛본 좌절감, 기획사 상술도 문제

입력 2014-03-28 02:31


“당분간 휴식 기간을 갖고자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겠습니다. 그동안 팬들의 사랑에 감사했고, 또 많은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이달 초 아이돌 그룹 ‘백퍼센트’ 멤버인 상훈(22)이 그룹을 탈퇴하며 소속사를 통해 남긴 전언이다. 그는 또래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연예계 데뷔에 성공한 지 2년 만에 활동 중단을 결정했다.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고 공식 팬카페에 적었다.

상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그룹 유키스 멤버 동호(21)가 탈퇴와 동시에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동호의 소속사는 “동호의 연예 활동 의지가 약해져 은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카라의 니콜(23)과 걸스데이의 지해(25)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 돌연 은퇴해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왜 연예계를 떠났을까.

연예계 지망생들은 청소년기를 평범하게 보내기 어렵다. 스타가 되기 위해 혹독한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족과 멀어진다. 데뷔라는 이름으로 강도 높은 사회생활이 시작된다. 단숨에 인기와 명성을 얻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치열한 연예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은 종종 그들에게 위화감과 상실감으로 돌아온다.

데뷔 연령 또한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0년 데뷔한 걸 그룹 GP베이직의 막내인 제이니(변승미)는 1998년생. 당시 만 12세의 나이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15세 관람가인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하기 적절치 않다는 국회의 지적으로 활동을 정지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장밋빛 스타의 꿈을 좇는 10대들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연예기획사들의 상술도 문제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 좌절감을 맛본 아이돌 멤버들이 활동을 그만두는 일은 비교적 흔하다”며 “많은 기획사들이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그들이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청소년이라는 점을 외면한다”고 꼬집었다.

국내 연예기획사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 학업을 방기하고 춤이나 노래, 연기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연습생은 수백 명에 달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초중고생 학부모 909명을 상대로 진행한 ‘자녀의 장래희망’ 설문에 따르면 연예인이라는 답변이 10%에 달해 직업 선호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른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하려는 10대들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재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정민갑 대중문화평론가는 “청소년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기를 기약 없는 데뷔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며 “기획사들이 효율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탈은 청소년 본인만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