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능프로 없나요? 케이블·종편 닮아가는 지상파 예능

입력 2014-03-28 02:31


가족 시청층을 겨냥한 버라이어티쇼에서 단독 게스트를 모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토크쇼로. 그리고 이들의 삶을 속속들이 바라보는 ‘관찰형 예능’으로. 예능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올봄 지상파 방송사가 쏟아 내는 예능은 벌써부터 불명예스런 평가가 뒤따른다. 새롭지 않다는 것이 주(主)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에서 이미 호응을 얻은 소재와 포맷을 차용해 기대감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그간 금기시했던 소재를 예능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19금’(19세 미만 청소년 시청 불가 내용이 포함된 내용) ‘시사’ ‘연애’ 코드를 적절히 섞어 새로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포장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들은 시청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어디서 본 듯한 내용과 포맷…새로운 것은 없나요?=유재석(42)이 마이크를 잡은 KBS 파일럿 예능 ‘나는 남자다’를 보자. 최근 남성 방청객 250여명과 촬영을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남자들의 순수한 뒷담화’를 내세웠다. 방송인 노홍철(35), 배우 임원희(44)가 진행을 거든다.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한 종편 예능의 연애 코칭 프로그램과 닮았다.

MBC의 ‘연애고시’도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 ‘연애포기자’들의 성공적인 연애를 돕는다는 포맷이 비슷하다. 시청자들에게 사연을 받고 이들에게 연애 시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한다는 취지다. 방송인 전현무(37)와 노홍철, 가수 백지영(38)이 진행을 맡았다.

‘시사’라는 소재는 보도프로그램에서 예능으로 서서히 옮겨왔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에서 시사토크쇼가 안착한 뒤 비슷한 포맷의 토론쇼와 대담 형식의 뉴스가 지상파에서도 방송되고 있는 것. 이번엔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해 사회 문제를 논해보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KBS의 ‘대변인들’은 방송인 김구라(44), 가수 성시경(35)과 함께 각 방송사 전·현직 아나운서 3인방이 출연해 무게감을 더한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우종 KBS 아나운서는 “종편의 프로그램 포맷을 차용한 거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데 우리는 수준 있는 교양 프로그램 지향한다”고 못을 박았다.

SBS는 자사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도시편 ‘도시의 법칙 인 뉴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을 강조한 프로그램 ‘SNS원정대 일단 띄워’ 등을 제작 중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가 같다. 연예인들이 생경한 장소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게 된다.

◇“대중은 문화 만들어 낼 프로그램 원해”=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책임’을 꺼내들며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수의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책임감을 가지고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며 “30∼40대만을 타깃으로 하는 종편의 자극성을 따라가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방송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같은 추세라면 종편과 지상파가 모두 외면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 프로그램의 승부는 신선한 포맷에서 나온다”며 “인적·경제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능의 한 획을 그은 ‘무한도전’, 관찰형 예능을 선보였던 ‘인간의 조건’, 새로운 세대의 출연진을 등장시킨 ‘꽃보다 할배’처럼 문화를 만들어 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