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들, 20일 넘게 ‘교과서 없는 수업’
입력 2014-03-24 03:01
이달 초 서울 A중학교로 전학한 2학년 김모(14)양은 2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빈 손’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올 초부터 김양보다 먼저 4명이 전학 오는 바람에 학교 측이 보유하고 있던 교과서 재고가 모두 소진돼서다. 뒤늦게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교과서 판매 사이트를 찾아봤지만 김양이 구할 수 있었던 교과서는 단 3권뿐이었다. 김양의 부모는 “가뜩이나 전학 와서 아이가 기죽어 있는데 교과서 없이 수업하려니 더 의기소침해하는 것 같다”며 “교육부와 출판사 갈등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노했다.
교과서 가격을 둘러싼 교육부·출판사 줄다리기의 학생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교육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가 최근 교과서 공급을 중단하면서 각 교육청과 학교에 있던 재고분마저 바닥난 까닭이다. 일부 학생들은 수소문해 선배들로부터 중고 교과서를 물려받았지만 교육과정개편으로 달라진 교과서를 사용하는 중2와 고1은 지난해 교과서를 물려받을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당황한 건 학교 측도 마찬가지다. 전학생들의 딱한 상황에 매일 교육청에 요청하고 있지만 “재고가 없다”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학교로 공급하는 재고를 늘리거나 교육당국이 나서서 교과서를 우선 확보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B중학교 교사는 “보통 11월쯤 학교가 교과서를 주문하는데 학교별 추가 신청 권수를 그 학년 학생수의 4%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추가 신청 권수를 10% 정도 여유 있게 잡았더라면 이런 어이없는 사태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