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NGO가 바라본 시리아 아동 피해 상황… 내전 3년, 전쟁터서 사망한 아이만 1만명

입력 2014-03-24 02:12

“가장 두려운 건 우리가 잊혀질 수 있다는 거예요.”

요르단 난민촌에 살고 있는 10세의 시리아 어린이 하야(이하 가명)는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신생아가 정전으로 사망하고 마취제가 부족해 수술 받던 환자가 혼절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이제는 들어도 아무런 느낌도 없는 이름이 되었다. 3년 전 이곳에서 반군의 저항이 시작되면서 수도 다마스쿠스와 상업도시 알레포 등 거의 전국이 전쟁터가 되었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250만명이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되었고, 시리아 안에서도 650만명 이상이 고향을 떠나 떠돌고 있다. 학살 소문, 화학무기 사용 의혹 등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미국 유럽 러시아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하느라 사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시리아 내전 3주년 보고서는 “내전으로 어린이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전쟁터에서 사망한 아이가 1만명이 넘고, 생존한 어린이들도 끔찍한 폭력을 목격한 정신적 충격과 부상을 당하고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 받고 있다”고 전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시리아는 그럭저럭 살 만한 곳이었다. ‘앗수르’ ‘다메섹’ 같은 성경시대 지명이 지금도 남아 있는 이 나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유적과 이슬람 국가들 틈새에서 종교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었고, 국민소득도 중소득 국가로 분류될 수준이었다. 아동사망률을 3분의 1로 낮추자는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도 시리아에서는 NGO들과의 협력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내전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병원도 학교도 집도 포탄 속에 파괴되거나 문을 닫았다. 월드비전의 시리아 긴급구호 3주년 보고서에는 변호사가 되고픈 17세 이스라의 이런 목소리가 담겨 있다.

“학교에 있는데 갑자기 포탄이 떨어졌어요. 창문이 깨지고 친구들이 많이 다쳤어요. 급히 집으로 달려갔는데 거리마다 부상당한 사람들로 넘쳐났어요. 전쟁이 끝나지 않고는 아무것도 꿈 꿀 수 없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시리아 전역에서 병원의 60%, 1차 보건시설의 38%가 제 기능을 잃었고 약품 생산은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의사들도 절반이 망명 신세다. 제2의 도시이자 반군의 점령지인 알레포에는 2500명이던 의사가 현재는 36명으로 줄었다.

보건체계가 무너지면서 사라진 줄 알았던 전염병이 다시 창궐하고 있다. 홍역과 뇌수막염을 앓는 어린이들이 급증했다. 심지어 1995년 퇴치된 것으로 보고 됐던 소아마비에 걸린 어린이가 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 전문가들은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국제적으로 확산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국경을 넘어 터키 레바논 등 인근 국가의 난민촌까지 피난 온 어린이도 행복하지 않다. 월드비전이 제작한 난민촌 현장 영상과 보고서에는 이런 사연들이 가득하다.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이 집에 쳐들어 와 엄마 아빠를 데려갔어요. 어디로 갔는지, 누가 데려갔는지 알 수가 없어요. 지금은 할머니와 함께 난민촌에서 살고 있는데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카메론·9세)

“아빠는 피난 오기 6개월 전 돌아가셨고 현재는 엄마랑 오빠들과 난민촌에 살고 있어요.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곳 난민촌에서는 먹을 것도 늘 부족하고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도 없거든요.”(마이스·13세)

“저는 이제 네 살이 되었어요. 엄마 아빠를 도와 벽돌을 만들고 있어요. 난민촌에서 이렇게라도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요. 온 가족이 하루에 100장 정도를 만들어 8000원 정도를 벌어요.”(오젤란)

국내 NGO들도 시리아 어린이와 시민들을 돕는 긴급구호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내전이 길어지면서 후원의 손길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몇몇 단체가 시리아 난민을 위한 캠페인을 계획했으나 필리핀 태풍 피해 등으로 취소됐다.

월드비전은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촌에서 18만1780명에게 식수를 지급하고 아동심리치료, 교육, 식량배급 등을 실시했고 요르단 난민촌과 시리아 내부에서도 10여만명을 돕고 있다. 월드비전은 “한국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레바논에 3개의 아동심리치료 센터를 운영했다”며 “시리아에서 피난 온 난민 가정의 아이들과 어려운 가정의 레바논 아이들이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리아 안에서도 기초 진료소 2곳과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민감한 정치상황 때문에 현지를 공개할 수 없어 모금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기아대책도 삼일교회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지원을 받아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촌을 도왔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레바논에 주둔 중인 한국 동명부대의 도움을 받아 난민촌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범수업을 시작한 태권도 교실에 100여명의 어린이들이 몰려올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굿네이버스는 지난해 터키 국경지역에 조성된 난민촌에 20만 달러 상당의 긴급구호 물품을 배분하고 아동교육과 심리치료 등을 실시했다. 유엔난민기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월드휴먼브리지 등도 현지에서 활동 중인 국제단체들의 긴급구호 활동을 지원했다.

NGO들은 긴급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를 향해 시리아 내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교섭, 아동의 생명과 권리 보호를 위한 조치, 1조원 상당의 시리아 아동보호 교육 프로그램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NGO의 긴급구호 요원들이 시리아 내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과 민간인에 대한 무력 사용 중지, 예방접종과 의약품 제공 등의 구호활동 보장, 어린이들을 위한 소아과 진료 지원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