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폴리 현숙 (13) 남북한 재통일 첫 걸음은 “탈북민부터 사랑하라”

입력 2014-03-24 02:24 수정 2014-03-24 10:59


폴리 목사는 영락교회에서 열린 북한사역 포럼에서 오프닝 설교를 한 적이 있다. ‘재통일’이란 제목으로 이사야 58장 말씀이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은 탈북민과 함께 속옷까지도 주고받는 이웃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행사 후 부유해 보이는 한 권사님과 점심을 먹었는데, “말씀은 맞는데… 북한 사람은 우리와 달라요”라고 말했다. 라오디게아교회가 떠올라 안타까웠다.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계 3:17)

탈북민 자살률 16.3%. 외로움이 그 이유다. 재통일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가 아니라 남한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열어 내 골육인 탈북민을 피하지 않을 때 이루어진다고 폴리 목사는 외친다. 남한 사람들은 탈북민을 돈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내 집을 열어 내 식탁에서 밥을 먹는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유선교학교에서 배출된 탈북민 선교사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뇌졸중으로 태국에서 쓰러졌는데 꿈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보면서 살아났다고 한다. 남한 간사들은 건강치 못한 김모 선교사를 섬기려고만 했다. 나는 “김 선교사님도 전화를 받게 하고, 남한 간사처럼 일을 시키세요”라고 지시했다. 김 선교사는 “남들이 전화해서 제가 받으면 ‘웬 북한 사람인가’ 하고 비웃을 텐데요”라고 말했다. 나는 “우리가 북한선교를 하는 단체인데 북한 분이 전화 받는 것은 당연하죠. 김 선교사를 남한 분들과 똑같이 대하지 않으면 결국 쓸모없는 사람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김 선교사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에게 양육시켜서 하나님의 군사를 만들라고 그분을 주셨다. 남한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나 서로 장점을 합치면 큰 힘을 낼 수 있다. 특히 탈북민의 잠재력을 우리가 발견해서 배가시키면 재통일을 이루는 것이고 하나님은 영광 받으신다.

미국 VOM(순교자의 소리)에서 제작한 ‘예수’라는 애니메이션의 더빙을 남북한 성우의 목소리로 녹음한 적이 있다. 담당하셨던 장로님은 “남한 성우들은 자신의 할 일만 하고 가는 북한 성우와 일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 성우들이 기독교인이고, 특히 예수의 인생을 더빙하는 것이기에 더빙 과정에서 북한 성우들을 보살펴주는 것도 하나님께 영광을 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통일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얼마 전 리전트대학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영웅의 이야기’를 썼다. 조지프 캠벨의 12단계에 맞춰 탈북민들이 자신의 갖가지 고통으로 교훈을 얻고, 자신의 고향사람들에게 돌아가 그 교훈을 통해 돕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먼저 실례로 들고,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냈다. 대부분의 탈북민은 한국에 와서 좋고 다른 고통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고통이 올 때 극복하기 어렵다. 나는 통일이 되면 고향에 가는 그림을 먼저 그리라고 한 후 코칭을 통해 그들의 비전을 끌어냈다. 사람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으면 자살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선교사는 “대표님의 고통과 우리 것은 비교도 할 수 없어요. 우린 고통을 말하고 싶지 않고 묻고 싶어해요”라고 말했다. 폴리 목사도 나도 그들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박사공부를 했는데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니 섭섭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오해도 넘어야 재통일도 이룰 수 있다. 나는 고통이란 하나님께 사용될 때 가치 있게 되는 것이고 하나님께 꺼내놓고 치료해야만 한다고 선교사에게 말해 주었다.

이번에 폴리 목사는 3개국 VOM에서 기금을 받아 ‘남북대조성경’을 출판했다. 남북한의 재통일 성경공부를 기대하며.

정리=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