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영적 무기력

입력 2014-03-22 02:30

열심히 교회 생활을 하던 집사가 있었다. 그는 성도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는 사람이었다. 잘생긴 얼굴에 경쾌한 목소리로 성도들의 사랑을 받았다. 새벽기도,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등 신앙생활도 모범적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교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직 하나님만 붙잡고 사는 것 같았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두 의아해했다. 그는 깊은 영적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험난한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고는 하나님밖에 없어 그토록 의지했는데 사업을 하다가 억울한 일을 당한 그는 하나님의 침묵이 견딜 수 없었다. 불타던 열정이 갑자기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하나님에 대한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너무 지쳐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영적 무기력에 빠질 때가 있다. 우울증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의미도 목적도 의욕도 상실될 때가 있다.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멀리 숨어 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스스로 무가치하게 생각되고 무기력감에 휩싸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느 기독교 심리학자는 영적 무기력을 경험하는 것은 오히려 정상적인 신앙생활 과정 속에 있음을 뜻한다고 했다. 영적으로 우리를 쓰러뜨리려는 존재들과 싸우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신령한 영적 면역력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겪는 사람은 고통스럽다. 우리 곁에 누군가가 영적 무기력에 빠져 있다면 그를 평가하려 말고 그저 그가 얼마나 힘들게 싸우고 있는가를 느끼며 기도로 그의 아픔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가 곧 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안목과 넉넉한 마음을 갖고, 인간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게 되기를 그리고 하나님의 따듯한 만져주심이 있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당신이 영적 무기력에 빠져 있다면 꼭 한마디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하나님은 당신을 다 알고 계신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신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