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끝장 토론] “공인인증서에 막혀… 中서 ‘별그대 옷’ 못 산다는데…”
입력 2014-03-21 03:07
“액티브 엑스(ACTIVE X)를 제발 좀 액티브(active·능동적)하게 엑스(X)해 주십시오.”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 나온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공인인증서와 컴퓨터 코드 ‘액티브 엑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의 제1세션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는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전부 액티브 엑스를 깔아야 거래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사고 싶은 물건도 살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제2의 한류 바람을 일으킨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에서 ‘천송이(드라마 여주인공) 코트’를 사려고 줄을 서는데, 정작 인터넷으로는 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부회장의 발제를 염두에 둔 듯 모두발언에서 별그대를 예로 들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방영된 드라마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어 수많은 중국 시청자들이 극중 주인공이 입고 나온 의상을 사기 위해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공인인증서 때문에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한 외국계 전문기관(맥킨지)은 한국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에 비유하며 특단조치 없이는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규제개혁이야말로 특단의 개혁조치”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저항하는 공무원은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규제개선 실적이 우수한 부처와 공무원에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보신주의에 빠진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신설을 관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규제개혁이 되고 만다. 국회 차원의 의원입법 규제 심의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박 대통령에게 2013년 현재 1만5269건으로 집계된 등록규제를 2016년까지 1만3069개로 줄이는 내용의 규제 시스템 개혁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일정 기간 후 규제 효력을 자동으로 없애거나 존속 여부를 재검토하는 ‘일몰제’ 적용을 현재 수준(전체의 12%)보다 확대해 임기 내 50%(7500건)까지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규제비용총량제(코스트인 코스트아웃·cost-in cost-out)를 내년부터 도입해 규제 관련 비용의 총량이 더 늘지 않게 하기로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