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탐정
입력 2014-03-21 02:35
셜록 홈스, 에르퀼 푸아로, 엘러리 퀸, 파일로 밴스, 아케치 고고로…. 내로라하는 세계 유명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명탐정들이다. 탐정 캐릭터의 효시는 에드거 앨런 포가 1841년 발표한 소설 ‘모르그가(街)의 살인’에 나오는 오귀스트 뒤팽이다. 이어 출간된 포의 또 다른 작품 ‘마리 로제의 미스터리’ ‘도둑 맞은 편지’의 주인공 역시 뒤팽이다.
뒤팽은 비록 탐정으로 불리진 않지만 하는 일은 영락없는 탐정이다. 뒤팽을 비롯한 소설 속 탐정은 하나같이 비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예리한 추리력은 기본이고 슬쩍 쳐다봤을 뿐인데 처음 본 사람의 직업이나 생각을 척척 알아맞힌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셜록 홈스까지 있으니 탐정의 능력은 측정불가다.
현실의 탐정도 그럴까. 세계 최초의 사설탐정은 프랑스인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1775∼1857)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기, 절도, 지폐위조 등의 혐의로 20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범죄자였다. 최초의 탐정이 범죄자 출신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그는 한 번도 성공하기 힘든 탈옥을 수십 차례나 성공한 탈옥의 명수이기도 하다. 변장에도 능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에 스카우트돼 파리범죄수사국 책임자로 있으면서 10여년간 2만명이 넘는 범죄자를 체포해 ‘범죄자가 범죄자를 가장 잘 안다’는 자신의 지론을 증명해 보였다. 그의 인생반전은 장발장을 탄생시킨 모티브가 됐다. 그러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지위를 이용해 도둑질하다 파면된 뒤 사설 수사기관을 차렸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탐정사무소다.
정부가 민간조사원, 즉 탐정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직업군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정부는 탐정을 합법화할 경우 40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가운데 탐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어서 이를 막을 명분은 약하다.
경찰은 대환영이다. 표면적으론 탐정이 부족한 경찰인력을 보충할 수 있어 치안서비스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퇴직 후 자신들에게 돌아갈 자리가 그만큼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반면 변호사협회는 부정적이다. 정보의 독점화 현상이 심화될 거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경찰과 마찬가지로 속내는 다르다. 변호사 업무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런데 탐정이 기존의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와 다른 게 무언지 알쏭달쏭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