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끝장 토론] ‘손톱 밑 가시’ 시스템 개혁… 성패는 공무원 권한 내려놓기에 달렸다
입력 2014-03-21 03:02
중점 추진 방향
정부가 20일 발표한 전방위 규제개혁 방안은 한 건씩 없애는 규제 개선을 넘어 규제시스템 자체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규제비용총량제 실시로 신설규제 도입을 억제하고, 일몰 설정으로 기존 규제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한편 보이지 않는 미등록규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규제개혁의 성패는 법·제도 정비 등 인프라 구축 외에도 규제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의원입법을 통해 규제가 신설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신설규제 도입 시 동일비용 규제감축=규제비용총량제는 규제 신설로 늘어나는 비용에 상응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해 규제비용 총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비용의 기준은 규제 도입으로 국민과 기업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가령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스배관 안전진단을 확대했다. 이로 인한 규제비용은 진단 대상 배관 길이(연평균) 1868㎞에 정밀안전진단 비용 113만5000원을 곱한 값인 21억2018만원이다. 반면 2012년 산업부가 중소기업 KS인증 교육을 폐지함에 따라 28억8249만원(중소 KS인증업체 6005개×교육비용 48만원)의 비용이 절약됐다. 이처럼 신설되는 규제 비용과 폐지되는 기존 규제 비용을 상계해 남는 비용은 다음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비용측정이 곤란한 경우 규제의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등급을 A, B, C 3단계로 분류해 등급에 따라 신설과 폐지 규제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A등급에는 진입허가·가격제한·지구지정 등 경쟁제한적 규제와 의무 미이행 시 행정형벌이 수반되는 규제 등이 해당된다. B등급에는 품질·위생·안전 등 기준설정 규제, 행정제재 및 행정질서벌 규제 등이 속한다. C등급은 지도·감독, 단순보고·신고 등 경미한 규제가 해당된다. 하지만 위기상황 등 긴급대처가 필요한 경우 국민의 생명·안전관련 규제, 조약이나 국제협정에 의해 도입된 규제 등은 예외로 인정된다.
◇기존 규제 절반 일몰·미등록규제 실효화=기존 규제 감축을 위해 전체 규제의 12%(1800건)에만 설정된 일몰 적용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등록규제의 30%(4500건), 임기 내 50%(7500건)에 일몰이 설정된다. 현존하는 상당수 규제가 사각지대에 있는 미등록 규제이며 특히 행정규칙에 의한 숨은 규제가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정비하기 위해 신고된 미등록 규제는 기존 규제 감축과 동일하게 임기 내 최소 20%를 폐지하되 신고되지 않은 미등록 규제는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
◇손톱 밑 가시…기업 현장애로 해결=서울반도체는 경기도 안산 산업단지에 있는 1공장과 2공장이 도시공원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 물품 이송에 드는 시간·비용 낭비가 심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시공원 아래에 185m의 지하통로를 설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도시공원법에서 정한 공용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8년 동안 연결시설 설치 허가를 내주지 않던 경기도가 재난 대비 시설 등 공용시설을 함께 설치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 공동단장인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손톱 밑 가시’로 불리는 각종 규제에 따른 기업의 현장애로 101건을 추가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총 10조원 규모의 투자 및 6만명의 고용창출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선사항은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애로사항 42건과 영업상 불편을 주는 59건이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이미 설립된 공장의 기존 소유주뿐 아니라 매수자도 공장을 증설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놀이동산이나 테마파크 내에 푸드 트럭을 이용한 식품 판매, 옥외에 LED 전자게시대의 자유로운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도 있다.
김재중 김찬희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