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력한 리더십만이 규제개혁 이룰 수 있다
입력 2014-03-21 02:31
반쪽 개혁으로 주저앉지 않으려면 국회·공무원부터 변해야
정부가 2016년까지 등록규제의 20%를 감축하고 내년부터 새로운 규제를 관리하기 위한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2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개혁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1만5269건인 등록규제를 2016년까지 80% 수준인 1만3069건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일정기간이 지나면 효력을 정지하거나 존속 여부를 재검토하는 ‘일몰제’ 적용 대상 규제를 현재 1800건에서 박 대통령의 임기 안에 7500건으로 늘릴 방침이다. 내달부터 신설되는 모든 규제에는 원칙적으로 네거티브 방식과 5년 단위로 효력을 없애는 일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박 대통령은 등록규제를 혁파하고 신설규제를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이 특단의 개혁조치”라고 밝힌 점이나 토론과정을 생중계하도록 한 데서 그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지난 17일로 예정된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사흘 연기하고, 장관회의를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로 확대한 것도 규제개혁에 미온적인 장·차관과 공무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규제 개선 실적이 우수한 부처와 공무원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대통령 혼자 힘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모두 철폐할 수는 없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중앙·지방정부 공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제나 행정조치들을 자발적으로 폐기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만큼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공무원들이 밥그릇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규제개혁 과정을 물샐틈없이 점검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하기 바란다. 규제개혁에 나서지 않는 부서는 대폭 축소하거나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겠다는 각오로 밀어붙여야 한다. 중앙정부가 달라져도 지방정부가 변하지 않으면 탁상행정에 그칠 공산이 크다. 중앙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지방정부의 미등록규제도 한둘이 아니다. 지방정부가 미등록규제까지 일괄 신고하도록 하고 규제개혁의 진척도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규제 산실인 국회의 입법 과정에도 과감히 손을 대야 한다. 행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국회가 규제투성이의 입법을 강행하면 반쪽짜리 규제개혁이 될 뿐이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제·개정되는 의원 입법을 통해 새로운 규제가 똬리를 트는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당이 정부와 함께 규제개혁에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여야는 말로만 규제혁신을 되뇌지 말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