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추리 소설 여왕’이 15년 걸쳐 쓴 회고록

입력 2014-03-21 02:43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애거서 크리스티(황금가지·2만8000원)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저자가 무려 15년에 걸쳐 써내려간 회고록이다. 그는 예순이 되던 1950년 이 책을 쓰기 시작해 일흔 다섯이 되던 해에 글을 마무리했다.

첫 작품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의 집필과 출간 과정이 흥미롭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에르퀼 푸아로’라는 탐정 캐릭터를 만들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피난 온 벨기에 난민들을 보다 벨기에 출신의 은퇴한 경찰이라는 설정을 했고, “너저분한 내 침실을 치우면서 탐정만큼은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영리하고 치밀한 인물로 만들었다.

여느 신인 작가와 마찬가지로 런던 유수의 출판사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던 그는 보를리헤드 출판사의 존 레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드디어 출간한다. 신인으로선 드물게 2000부 가까이 팔리면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그가 거둔 수익은 25파운드에 불과했다. 그는 작품에서 각종 독극물(?)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는데 이는 전쟁 발발 후 간호사로 자원해 병원 조제실에서 근무한 경험 덕분이었다.

세계적인 추리 소설 작가로서의 삶과 20세기 초반 런던과 파리 등 유럽에서 살던 여성으로서의 삶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읽힌다. 김시현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