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호 美 사우스캐롤라이나大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세 모녀 비극 막기 위해 지역교회 역할 중요”

입력 2014-03-20 02:05


“삶 속에서 강도 높게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탈출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점점 약해집니다. 이런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도 하죠.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어려운 이들의 자살로 이어지는 단계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역 교회와 성도들은 이런 분들에게 버틸 힘을 계속 공급해줘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잇따르는 자살을 안타까워하는 최길호(70·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들이 전화와 방문, 기도와 경제적 지원 등을 펼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명문 사회복지사 양성소’로 알려진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20년 동안 가르쳐온 사회복지 전문가로 꼽힌다.

업무차 방한한 최 교수를 지난 14일과 19일 두 차례 만났다. 그는 ‘송파구 세모녀 자살’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며 교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특히 교회의 집중적이고, 지속적이며, 조직적인 대응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구·군청을 찾아가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대상에서 안타깝게 탈락된, 말 그대로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어요. 그분들을 꾸준히 돌보는 일이 효과적인 사역이 될 수 있습니다.”

최 교수는 또 교회가 참여하는 지역사회 복지 사역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정부나 지자체의 사회복지 사업은 관료·제도적인 특성과 더불어 법적인 한계가 명확합니다. 하지만 교회의 사회복지 사역은 밑바탕에 사랑의 가치를 깔고 있기 때문에 유무형의 지원이 가능한 총체적 사회복지라고 말할 수 있어요.”

최 교수는 교회의 효과적인 지역사회복지 사역을 위한 팁을 몇 가지 제시했다. 교회마다 자원봉사자 수와 성도별 연간 자원봉사 시간 목표를 설정하기, 자원봉사자 교육을 실시해 집중·지속·조직적으로 역량 기르기, 철저한 사전 조사로 꼭 필요한 돌봄 대상자를 선별하기, 마지막으로 봉사자들의 신앙 간증을 공유하면 교회 성도들의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한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최 교수는 현재 미국 컬럼비아 한인연합장로교회 은퇴장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