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국’ 영예 SBS에 돌아왔다
입력 2014-03-20 03:47
‘드라마 왕국.’
50∼60대에게 이 단어를 내놓는다면 과거의 명성을 기억하며 MBC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좀 다르다.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킨 ‘웰 메이드(Well-made)’ 드라마는 물론, 대중적 인기를 끈 드라마 중엔 유독 SBS 작품이 많다. 최근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의 중심에도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등 SBS 작품이 있다. ‘SBS 드라마’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만들어졌다는 게 방송가 안팎의 평가다. 어느새 ‘드라마 왕국’의 영예는 SBS에 왔다.
◇무조건 전작과 다른 드라마를 찾는 절실함=‘왜 SBS인가’ 묻는다면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새롭다’는 것이다. 최문석 SBS 드라마부국장은 19일 “드라마 라인업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다양성”이라며 “시청률이 보장되지 않을지라도 준비기간을 오래 갖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이다 보니 결실이 생기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전작이 크게 성공한다 해도 같은 느낌의 드라마는 절대 연달아 편성하지 않는다”며 “무조건 ‘다른 것’을 찾으려는 절실함이 있다”고 인기 요인을 꼽았다.
그간 방영한 드라마의 소재와 캐릭터를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재벌가의 어두운 면을 담은 ‘황금의 제국’(2013), 부조리에 맞서는 형사의 이야기 ‘추적자’(2012) 등은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비판적 시각을 실감나게 연출해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남자’(너의 목소리가 들려) ‘귀신을 보는 여자’(주군의 태양) ‘별에서 지구로 와 400년을 산 남자’(별에서 온 그대) 등 틀에 박힌 문법을 탈피한 입체적 캐릭터들도 대거 출연했다.
현재 방송 중인 월화극 ‘신의 선물-14일’에선 아이를 납치당한 엄마가 사건 발생 2주전으로 돌아가는 타임워프(Time warp·시간왜곡) 장치가 있다. 오는 29일 방영을 앞둔 2부작 ‘강구이야기’는 세계 최초로 제작된 3D 드라마란 점만으로 의미가 있다.
전략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수목극은 지난 10개월간 동시간대 1위를 이어가며 모두 전국 기준 평균 시청률 15%, 최고 시청률 20% 벽을 넘었다. 수도권 최고 시청률로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29.0%, ‘별에서 온 그대’가 33.2%(TNmS 기준)까지 치솟았다.
◇톱스타 대거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선택=또 다른 한 축엔 그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던 톱스타들을 볼 수 있다는 매력적인 카드가 있다. 조인성, 송혜교, 소지섭, 공효진, 최지우….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는 여느 영화제를 방불케 할 만큼 화려한 스타들이 이름을 올렸다.
톱스타들이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SBS를 택했던 전례는 익히 알려져 있다. 16년 만에 ‘뿌리 깊은 나무’(2011)로 돌아온 한석규(50)와 10년 만에 ‘봄날’(2005)로 연기활동을 재개한 고현정(44). 각각 8년, 5년 만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로 시청자들을 만난 조인성(33)과 송혜교(32). 최근엔 14년 만에 복귀작 ‘별에서 온 그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전지현(33)이 그 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드라마에 도전하는 톱 배우들의 경우 입체적이고 과감한 캐릭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익숙한 캐릭터는 오히려 배우의 이미지와 필모그래피에 역행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SBS는 개국 초기부터 드라마 기획팀을 꾸려 탄탄한 라인업을 구상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복합장르 드라마에도 도전하면서 톱스타들의 구미를 당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