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에 카지노 개방] 중국 ‘큰손들’ 유치 포석… 국내 자본 ‘역차별’ 논란
입력 2014-03-19 03:31
정부 개방 배경·문제점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LOCZ코리아가 영종도에 신청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 ‘중국인 큰손’을 유치함으로써 관광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경제 선순환 효과를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으로 카지노 시장 진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영종도가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 변모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카지노 큰손’ 중국인 유치가 관건=정부가 투기자본 유입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외국 자본에 카지노를 개방한 것은 아시아 주요 카지노 시장의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과 가까운 영종도의 위치는 효과를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마카오에는 중국 본토의 ‘원정 도박’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지난해 카지노 매출만 47조3000억원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7배가 넘는다. 싱가포르도 2010년 개장한 ‘마리나베이 샌즈 리조트’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를 통해 60억 달러가 넘는 카지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이어 일본도 연내 카지노 합법화 논의를 시작하면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카지노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해온 외국 카지노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영종도에는 LOCZ코리아 외에도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 라스베이거스샌즈 등 3∼4개 외국 기업이 관심을 갖고 진출 여부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카지노 업체로 외국인 카지노 운영권을 갖고 있는 파라다이스그룹도 일본 세가사미홀딩스와 손잡고 뛰어들어 2017년까지 2조원 규모의 영종도 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혜 및 역차별 논란도=현행 경제자유구역법상 국내 자본이 독자적으로 영종도 카지노 사업에 진출할 수 없어 역차별 논란도 불거진다. 김기홍 문체부 관광국장은 “국내 자본이 단독으로 사전심사를 청구할 수는 없다”며 “향후 공모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우수한 국내 자본의 참여 기회를 폭넓게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외국 기업 카지노 허용 여부를 민원 형식의 사전심사제에서 보다 투명한 공모제로 바꾸기로 한 정부가 폐기 직전의 사전심사제를 통해 문호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를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카지노 업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국내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카지노 시장이 이미 포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외국 기업의 무분별한 진출로 공급 과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실 외자 유입 가능성 우려=외국 자본의 ‘먹튀(먹고 튀기) 행위’에 대한 경계심도 없지 않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하기로 했던 LOCZ코리아의 ‘적합’ 결정을 전격적으로 무기 연기한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LOCZ코리아가 1단계 투자계획으로 허가를 받은 후 약속과 달리 2, 3단계 투자를 않고 허가권을 타인에게 매각하거나 투자자금 회수 이후 허가권을 양도하는 등 ‘먹튀’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약속을 깨고 2, 3단계 투자를 하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은 없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