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 넥타이를 풀고 꽃을 입은 남자

입력 2014-03-19 03:06

화려한 꽃무늬가 프린트된 카키색 바지, 역시 꽃무늬가 돋보이는 아이보리색 재킷…. 좀 과하다 싶을 만큼 꽃무늬 범벅인 이 차림은 여성의 그것이 아니다.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구치’가 올봄 남성복으로 선보인 착장이다.

여성복의 전유물인 꽃무늬가 점잖은 남성복까지 점령했다. 미국의 톱 디자이너 톰 포드도 날씬한 맵시의 꽃무늬 재킷을 선보였다. 수영복에서나 볼 듯한 큼직한 꽃무늬를 프린트한 정장 바지도 내놓았다. 이 밖에도 프랑스의 장 폴 고티에, 벨기에의 드리스 반 노튼 등 해외 유명 남성복 브랜드들이 꽃무늬를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외국 남성복 브랜드 얘기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예작’ ‘인디안 옴므’ 등 국내 브랜드도 꽃무늬가 그려진 남성복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패션 전문 쇼핑몰 ‘아이스타일24’ 남성 카테고리 전지혜 MD는 18일 “3월 1∼6일 플라워 패턴 남성 의류와 소품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 MD는 “지난해까지 넥타이, 모자와 같은 소품을 통해 소극적으로 표현됐던 남성 패션시장의 플라워 패턴은 올봄에는 셔츠, 카디건, 슈트 등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꽃무늬 양복을 입어봐?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글거린다면 꽃무늬 넥타이를 시작으로 셔츠, 카디건으로 면적을 조금씩 넓혀 멋을 아는 센스 있는 남성으로 거듭나 보는 건 어떨까.

여심(女心)을 표현하던 아이템 스카프도 남성 패션에 진출했다. 꽃에 홀린 남성들은 넥타이를 버리고 스카프를 매기 시작했다. ‘로가디스 컬렉션’ 이하나 디자인 실장은 “넥타이처럼 조이지 않으면서도 목을 따뜻하게 보호해주고, 재킷과 어우러져 멋스러운 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스카프 색상은 될 수 있으면 셔츠 색상과 맞추는 것이 좋지만, 다소 화려한 패턴을 골라 포인트를 줘도 멋스럽다. 여성들처럼 긴 머플러를 셔츠나 카디건 위에 두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패션에 눈 뜬 남성들은 다양한 패션 액세서리를 즐기고 있다. 재킷 깃 위쪽에 꽂는 부토니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엄지손톱만 한 크기가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더욱 커졌다. 또 셔츠 양쪽 깃의 끝을 연결해주는 칼라바(collar bar)도 새롭게 활용하고 있다. 칼라바는 원래 넥타이를 고정하고 볼륨을 더해주기 위해 하던 것으로 클래식 복식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최근에는 넥타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칼라바만 하는 옷차림이 뜨고 있다. 얼마 전 TV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정태원 역의 송창의가 칼라바를 하고 나온 뒤 소속사에 칼라바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다는 후문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