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안동현] 중국 경제, 왜 심각한가?
입력 2014-03-19 02:44
지난주 국내 증시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발 악재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강화되며 3% 정도 하락했다.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치명타였다. 개별 사안으로는 중국에서 최초로 태양광 업체 상하이차오르가 발행한 회사채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더니 연이어 최대 민간 철강업체인 하이신철강 역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중국 정부와 은행이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통해 부도를 막아 왔던 관행이 깨진 것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중국의 고도성장이 이제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느냐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제기되어 왔다. 작년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중국이 루이스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전환점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가 제시한 이론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산업화 초기에는 농촌의 저임금 노동력이 도시의 산업 분야로 유입돼 고속 경제성장을 이루지만 일정시점에 이르면 저임금 근로자의 고갈로 인해 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이 요지다. 루이스 전환점은 임금 인상이나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 그리고 농촌 대비 도시지역의 소득비율 등을 통해 진단하는데 중국의 경우 이런 지표가 2008년에 해당됐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경제성장은 투입요소의 증대와 생산성 향상에 의해 이루어지며 투입요소는 크게 노동과 자본으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시계열적으로 경제성장은 노동력 증대를 통한 1단계, 1단계 성장으로부터 축적한 자본투입을 통한 2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노동투입의 한계로 임금이 상승하게 되면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는 한계대체율이 상승하게 되어 자본투입량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에 필요한 재원은 초기성장으로부터 얻은 자본가 잉여를 통해 조달되게 된다. 그러나 자본투입을 통한 성장 역시 언젠가 한계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 전에 생산성 향상을 통한 내연적 성장연료가 주입되지 않을 경우 결국 성장엔진은 멈추게 된다. 그런데 중국과 같이 국가 주도의 대규모 경제체제는 루이스 전환점과 자본을 통한 성장한계의 시간차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개발 초기부터 대규모 경제체제의 특성상 자본축적이 상대적으로 더 용이하며 국가가 자본축적 및 투입량을 관리하기 때문에 노동투입과 자본투입이 큰 시간차 없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자본투입을 통한 2단계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가장 강력한 시그널은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정부가 이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급격히 끌어올리는데 성장률은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다.
지금 중국의 상황이 정확히 그런 경우다. 과거 각국의 경제성장 자료를 분석해 보면 GDP 대비 자본축적률이 10% 높아질 때 성장률은 약 2.4%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30년간 자본축적률이 무려 40%를 넘은 유일한 국가다. 이를 통해 고도성장을 기록해 왔지만 최근 성장률 둔화 속에 작년의 경우 자본축적률이 48%에서 무려 54%로 급증해 93년 이래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이렇게 성장률 둔화 속에 갑자기 자본축적률이 높아지는 것이 위험신호다. 97년 외환위기 전의 우리나라, 2000년대 초중반의 아이슬란드, 더 멀리는 1970년대의 구 소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잉투자는 필연적으로 경제 전체의 레버리지를 높이기 마련인데 중국의 경우 부채비율 상승 역시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약 30조 위안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중 20조 위안 정도가 지방정부 부채다. 지방정부가 수익성이 없는 인프라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후폭풍이다. 이러한 부채규모는 은행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이며 더불어 신탁 증권을 통한 그림자 금융의 비대화는 도처에서 경고음을 내고 있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경우 테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혹여 모를 중국 경제의 추락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