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政 주요쟁점 타결 안팎… 수가 인상 가능성 커져 논란

입력 2014-03-18 03:34


17일 의·정 협의안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의 표정은 모두 밝았다. 지난 10일 동네 개원의사들의 하루 파업이 강행된 지 일주일만의 극적 타결이었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기자회견 후 “(협의가) 잘 마무리돼 다행”이라고 말했고, 노환규 의협 회장도 “모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주고받은 것들=불만이 폭발한 건 시민단체 쪽이었다. 관계자들은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용인하는 대신 그간 쌓인 민원을 한방에 해결했다”고 비판했다.

표면적으로 정부는 원격진료·영리자회사 허용 등에 대해 상당 부분 양보했다. 원격진료는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하고, 영리자회사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계 5개 단체의 목소리를 듣는 논의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협상 전까지만 해도 복지부는 의료법을 먼저 고치고 시범사업은 나중에 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런데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정부의 추진 의지와 일정이 사실상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은 하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협의 표결이 끝나는 대로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일단 국회까지는 스케줄대로 간 뒤 모든 공을 국회 논의에 넘기겠다는 뜻이다. 영리자회사 허용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기존 주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

◇의협이 진짜 챙긴 것은=의료영리화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의료서비스 가격(수가)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 그간 의협에는 이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이번 협의안에 수가 인상이 포함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당장 가격 몇 푼 올리는 것보다 훨씬 큰 것을 챙겼다. 의료계 숙원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편이다. 건정심은 수가와 보험료 등 굵직한 건강보험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다.

정부는 총 24명 위원 중 정부 추천 공익위원의 추천권 절반을 의료계에 내주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절반은 가입자(노동자 및 사용자 단체)가 가져간다. 이렇게 되면 수가 인상에 반대하는 측 목소리는 현재 16명(가입자 8명+정부 추천 공익위원 8명) 대 8명(의료계)에서 최악의 경우 12명 대 12명으로 팽팽해진다. 수가를 올리기가 훨씬 쉬워지는 셈이다. 또 건정심 심의 전에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조정소위원회를 통해 의료계 목소리를 보탤 방안도 관철시켰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기존의 건정심도 공급자인 의료계 목소리가 과도하게 반영되고 환자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구조였다”며 “지금보다 공급자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주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영미 황인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