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역 폭발물 소동… 경찰, 옷걸이를 뇌관 오인 해체 해프닝

입력 2014-03-18 03:21


‘폭발물’ 제거작업 현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두가 숨죽이고 50cm 높이의 검은색 여행 가방을 응시했다. 17일 오후 3시35분쯤 서울 강남구 분당선 강남구청역 승강장은 경찰 특공대와 군, 소방당국, 코레일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반 시민들의 현장 접근은 차단됐다.

강남구청역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가방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 건 오후 2시4분.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과 수도방위사령부, 국가정보원으로 이뤄진 합동정보조사팀은 50여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조심스레 엑스레이 투시기로 가방 속을 들여다봤다. ‘뇌관처럼 보이는’ 굵은 전선과 ‘전자기판’이 포착됐다. EOD는 가방이 즉각 폭발물이라고 판단하고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가방을 둘러싸고 방폭(防爆)텐트를 친 EOD는 물사출 분쇄기(일명 물포)를 장착한 로봇을 접근시켜 가방을 폭파시켰다.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물포를 발사시킨 조사팀은 확인 차원에서 한 차례 더 폭파를 시도했다. 가방 속 폭발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조사팀은 폭발음을 내며 쓰러진 가방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런데 폭발물의 흔적은 없었다. 높이 53㎝, 폭 58㎝, 두께 30㎝의 이 플라스틱 여행 가방 안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철제 옷걸이와 헌옷 가지들이었다. 철제 옷걸이의 휘어진 부분을 뇌관으로 잘못 판독한 것이다. 옷가지에 달린 버튼과 지퍼 등을 전자기판처럼 착각한 것이다.

경찰은 최종 확인도 하기 전 “가방 내에서 폭발물 뇌관이 발견돼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 미세한 폭발이 있었다”고 밝혀 일부 방송은 오보를 내고 안전행정부와 청와대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폭발물 해프닝으로 오후 3시54분 강남구청역 분당선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4시5분에는 7호선 운행도 모두 끊겼다. 경찰이 현장에 있던 CCTV 영상을 판독한 결과 6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승강장에 여행가방을 놓고 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이 가방을 놓고 간 정확한 시각과 신원 확보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