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11) 재킷, 체면을 살려주는 지킴이

입력 2014-03-18 02:42


재킷은 지극히 남성적임에도 여자가 입으면 유난히 여성스럽다. 여자의 어깨에 걸쳐진 재킷은 섹시하기까지 하다. 대우 받고 있는 느낌을 준다. 또한 티셔츠와 청바지의 만남이 최소한의 예의를 갖도록 돕는다. 두 어깨를 용기로 감싸주는 보호자, 재킷 덕분에 좁은 어깨가 미소를 짓는다. 재킷이 몸에 얹히면 행동에 힘이 들어간다. 재킷을 입으면 방비 태세에 놓인다.

여성용 재킷이 윤곽을 드러낸 시기는 1800년경. 긴 치마 위에서 상체를 조이며 위엄 어린 존재감을 발휘했던 재킷에 익숙했던 그 시대의 여자들이 현존하는 재킷들을 보면 실용성과 다양성을 부러워할 듯하다. 재킷이 현대적으로 거듭난 것은 1930년대 즈음으로 이 시절 재킷들이 품은 세련된 단순미는 놀랄 만하다. 특히 샤넬의 디자인은 지금 봐도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재킷이 여러 취향과 체형을 충족시키고 있다. 직선적인 각 안에서 여성스러움을 녹인 아르마니의 중성적인 재킷, 환상적인 색감과 풍부한 재질로 여성미를 극대화시키는 샤넬의 재킷, 칼날처럼 서늘한 캘빈 클라인의 재킷, 기존의 틀을 거부한 파격으로 예술파들을 사로잡는 요지 야마모토의 재킷, 귀품이 배인 랄프 로렌의 재킷 등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재킷들이 패션의 역사를 쓰고 있다. 재킷을 접하는 마음은 대문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코트를 입지 않는 한 제일 마지막으로 입는 겉옷이라 남부끄럽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대문은 대문 안의 풍경을 앞선다. 옷도 그렇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