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일본 신복규 선교사] 예수님 영접한 일본인 조상 대대로 내려온 불당 정리엔 골머리

입력 2014-03-17 02:13


“바울이 아레오바고 가운데 서서 말하되 아덴 사람들아 너희를 보니 범사에 종교심이 많도다.”(행 17:22)

일본인들은 종교에 열심이다. 흔히 800만의 신(八百万の神)을 믿고 있다고 한다. 동네 주위를 둘러보면 길가에 꼭 석상이 있다. 일본인들은 그곳에 옷을 입혀놓고, 앞에는 꽃을 올려놓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인다. 신사나 절에서도 기도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정초가 되면 1월 3일까지 신사나 절을 찾는다. 1년 동안 자신의 건강이나 소원을 빌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인파로 대로를 통제할 정도다. 또 집집마다 불상을 고이 모셔놓고 그곳에 음식을 올려놓는다. 조상신을 섬기기 위해서다. 이런 문화 속에서 예수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안의 불당을 정리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아는 선교사님의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75세 여성도가 예수를 믿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선교사님께 불당을 치워 달라고 부탁한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출가한 딸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자녀들이 다그치니까 그 성도는 “선교사님이 그렇게 하자고 해서 그랬다”며 말을 번복했다고 한다. 결국 불상값을 변상한 뒤 문제가 해결됐다. 이처럼 선교지에서 우상과의 싸움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교회에도 불상과 관련해 여러 부류의 신앙인이 있다. 조상 대대로 섬겨온 불당을 없애고 주님을 영접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세례는 받았지만 아직도 불상을 집에 두고 있으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

Y씨는 아내가 한국 사람이다. 어느 날 그의 아내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내를 살려주시면 아내가 믿는 하나님을 믿겠다”고 기도했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는 약속대로 아내를 따라 이곳저곳 교회를 기웃거리다가 2002년 3월 우리 교회에 정착했다. 그때부터 결석은 물론이요, 지각도 한번 하지 않았다. 예수님을 믿은 것도 엄청난 결단이었는데, 세례를 받으면서 조상 대대로 섬겨온 불당을 치우겠다고 했다.

형제들도 설득을 시킨 모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불당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있었다. 처음에는 자기가 없애버리겠다고 했는데 뭔가 께름칙했는지 주저주저하고 있었다. 불상을 막상 치우려고 하니 ‘혹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으로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함께 그 집을 방문해 불상을 차에 싣고 와서 대신 버려줬다.

교회에 정착한 지 6개월 만에 Y씨는 세례를 받았고, 신앙생활을 잘 했다. 예전에는 그의 집에 들어서면 향내가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불당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액자 등으로 깨끗하게 장식돼 있었다.

그는 일본의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한때 회사를 설립해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불황으로 폐업을 했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쉬는 날이 일정치 않았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직장을 옮길 때 원칙을 세웠는데 주일만은 절대 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에 응답해주셔서 얼마 지나지 않아 캘린더의 휴일대로 쉴 수가 있게 됐다. 월급도 많이 올라 온전한 십일조를 드리고 있다. 예전에는 부부싸움도 많았고, 고집불통이었는데, 예수님을 영접하고 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했다고 했다.

S씨는 전도지 때문에 교회에 나온 케이스다. 2012년 8월 한국에서 단기 선교팀이 왔다. 선교팀이 낮에 전도지를 돌리고 밤에는 코리안 나이트로 한국을 알리면서 복음을 전했다. 그때 전도지를 받고 교회로 온 사람은 일본인 2명과 교포 1명이다. 이때 온 일본인이 S씨다.

그는 택시 운전사였는데 출석한 다음 주일부터 수요 기도회와 금요 기도회도 참석하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주일 날 쉬고 다른 날로 근무를 바꾸면서 열심히 예배에 참석했다. 혹 주일에 일을 하게 되면 택시를 주차장에 놓고 휴식시간을 이용해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세례를 받고자 했다. 약 4개월간 성경공부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불당 이야기가 나왔다. S씨는 출애굽기 23장 24∼25절 “너는 그들의 신을 경배하지 말며 섬기지 말며 그들의 행위를 본받지 말고 그것들을 다 깨뜨리며 그들의 주상을 부수고 네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라 그리하면 여호와가 너희의 양식과 물에 복을 내리고 너희 중에서 병을 제하리니”라는 말씀을 보고 불당을 치우고 세례를 받겠다고 했다.

그는 둘째 아들인데 형님이 거처가 일정치 않아 자신이 불당을 모시고 있었다. 문제는 불당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을 할 수 없기에 형님과 의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형님을 설득하고 구청에 연락해 불당을 없애고 세례를 받았다.

그는 도쿄에서 100㎞ 이상 떨어진 군마로 잠깐 일하러 가도 아침 일찍 예배에 참석하든지 아니면 토요일 도쿄로 와서 다음날 예배드리고 군마로 향하는 성도다. 지금은 1부 예배의 대표기도를 할 정도다. 전도지를 돌리고 문화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당장에는 많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Y씨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 방사성물질 공포 등으로 많은 일본인들이 패닉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일본인 친구의 소개로 우리 교회에 왔다. 매 주일 친구들을 인도해서 어떤 날은 한국인보다 일본인이 더 많았다. 그해는 이분이 전도왕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전도했다.

4개월간 성경공부를 하면서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2012년 4월 친구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예배에 빠지기 시작했다. 전화를 하고 엽서를 보내도 시큰둥했다. 약속을 하고 만났더니 시험에 들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남전도회 모임에서 불당 문제가 나왔는데 누군가가 예수님을 믿으면 당연히 위패도 치워야 된다고 해서 시험에 든 모양이다.

그는 자기 집에 아내의 위패가 있는데 ‘죽은 아내가 너무 불쌍해서 절대 치울 수 없기에 교회에 출석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아차 싶었다. 성경공부를 인도하면서 확실하게 가르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Y씨는 지금도 가끔 예배에 나오지만 예전처럼 열심이 없어 안타깝다.

이처럼 조상 대대로 섬겨온 불당 문제는 일본인에게 뿌리 깊은 내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불당을 처리하고 예수님을 영접한 뒤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번 실감한다.

일본 인구는 1억2665만여명이다. 종교별 인구를 보면 신도 1억600만명, 불교 9200만명이다. 교회정보센터의 2012년 말 통계에 따르면 기독교인은 52만8226명이고 교회 수는 7940개다. 가톨릭은 44만4441명의 신도와 993개의 성당이 있다. 인구보다 종교인 수가 많은 걸 볼 때 일본인의 종교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유의해서 봐야 할 점은 기독교인 수가 적다는 것이다. 일본의 시(市)가 788개인데 교회가 하나도 없는 곳이 26개나 된다고 한다. 이 땅에 복음의 꽃이 활짝 펴서 어디에 가든 십자가가 우뚝 선 교회당을 보는 그날이 오기를 꿈꾸며 기도한다.

◇신복규 선교사

△1953년생 △예장 합동 총회 세계선교회(GMS) 소속 △1988년 일본 입국 △총회신학원, 일본 기독교 단기대학, 동경기독교신학교 졸업 △1992년 일본 선교사 파송, 일본 수미다교회 협력선교사 △1995년 동경성광교회 개척 △현재 일본 노숙자 급식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