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통 어떻게] 동일 종류 정보 이중 삼중으로 판듯

입력 2014-03-15 03:56

카드3사에서 유출된 1억여건의 개인정보 가운데 8000만건 이상이 시중에 유통된 과정이 14일 검찰에 의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카드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전 직원 박모(39)씨는 2012년 1월 롯데카드 250만명, 같은 해 6~7월 농협카드 2430만명, 2013년 2월 국민카드 5300만명의 개인정보를 대출광고 대행업자인 조모(36)씨에게 제공했다.

이는 지난 1월 검찰의 1차 발표 때와는 다른 내용이다. 검찰은 당시 박씨가 조씨에게 2012년 10~12월께 농협카드 약 2500만건, 2013년 6월 KB카드 5300만건, 같은 해 12월 롯데카드 2600만건의 개인정보를 전달했다고 밝혔었다. 특히 롯데카드 정보는 박씨가 보관하던 것을 회수해 추가 유출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미 2012년 1월에 롯데카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또 조씨는 5회에 걸쳐 대출모집인 이모(36)씨에게 7900만건의 정보를 전달했고 다른 대출중개업자 3명에게 470만건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당초 검찰은 조씨로부터 2차 유출은 이씨에게 건넨 100만건뿐이라고 밝혔지만 3명이 더 확인된 것이다.

대출모집인 이씨의 신용정보 판매수법은 교묘했다. 이씨는 평소 알고 있던 광고대행업자 조씨로부터 카드사의 고객정보를 7300만원에 사들였다. 이씨는 이 정보를 대출알선에 활용하는 한편 동일 종류의 정보를 이중 삼중으로 되판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신용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다급한 심정을 최대한 이용한 것은 물론 고객 정보 일부만 바꿔치기해 다시 팔아 이익을 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모집인 이씨는 1차 검찰조사에서 고객정보 100만건만 건네받았다면서 고객정보를 모두 검찰에 제출했다. 이 때문에 검찰도 신용정보의 외부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카드사 역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문제는 광고대행업자 조씨가 돈을 받고 이씨에게 고객정보를 판 것은 물론 친인척이 운영하는 대출중개업체에도 이 정보를 넘겼다는 점이다. 대출중개인들을 통해 고객정보가 광범위하게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따라서 검찰은 조씨가 처음부터 이번 사건의 주범격인 코리아크레딧뷰로의 박씨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검찰과 카드사의 말을 믿고 비밀번호 변경이나 카드 말소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이씨로부터 신용정보를 넘겨받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부동산 서류나 대출서류를 위조해 사기에 이용했을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