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패럴림픽] 빙판 위 메시 “집중견제 너무하네” 결국 울분

입력 2014-03-15 04:30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썰매하키) 대표팀의 공격수 정승환(28). 그의 별명은 ‘빙판 위의 메시’다. 그만큼 빠르고 기술도 좋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라고 극찬하며 이 종목의 간판모델로 내세웠다. 나아가 소치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빛낼 전체 종목의 스타 20인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정승환이 울분을 터뜨렸다.

정승환은 빠른 스피드와 킬패스, 놀라운 골 결정력으로 소치올림픽에서 상대 팀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편파판정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승환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두 골을 어시스트했다. 연장전 승부샷 때는 슈터로 나서 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그의 활약 덕분에 개최국 러시아에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이후 정승환은 상대 팀의 집중견제 대상이 됐다. 9일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 초반 상대에게 옆구리를 얻어맞고 쓰러져 벤치로 실려 나갔다. 다른 미국 선수는 후반에 들어온 정승환을 구석에 몰아세운 뒤 심판 몰래 주먹질을 하기도 했다. 정승환은 얻어맞은 갈비뼈가 너무 아파 진통제를 맞고 11일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 출전했다. 한국은 정승환이 주로 벤치를 지킨 1, 2피리어드에 고전했다. 정승환은 3피리어드에 빙판에 나서 투혼을 불태웠으나 한국의 1대 2 패배와 조별리그 탈락을 막진 못했다.

한편 한국 아이스슬레지하지 대표팀은 14일 대회 마지막 경기인 7-8위전에서 스웨덴을 2대 0으로 꺾었다. 선수들은 승패가 이미 결정됐고 골 득실차를 따질 이유도 없었지만 버저비터를 노린 슈팅까지 때리며 끝까지 분전했다.

한국에는 아이스슬레지하키 실업팀이 한 군데가 있고 나머지는 동호인 클럽이다. 현재 이 종목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50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초반에 강호 러시아를 꺾는 등 파란을 일으켰으나 정승환과 김영성의 부상 등으로 4강 진출에 실패하고 순위결정전으로 밀렸다. 김익환 감독은 경기 후 “다음 패럴림픽에서는 우리가 주인공이 되자”며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