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개선에 나선 중국] 뜨거운 감자 ‘저우융캉 부패 조사’ 조용히 넘겼다

입력 2014-03-14 03:07

올해 양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정치 이슈는 “과연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에 대한 부패 관련 조사를 공식화할 것인가”였다.

이 문제에 주목한 것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즉 2012년 전인대 폐막 때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을 공개하면서 “반성해야 한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었다.

실제로 정협 개막 하루 전인 2일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뤼신화(呂新華) 정협 대변인은 “당규와 국법을 위반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 받는다. 이건 엄포가 아니다”라면서 “이 정도로밖에 대답할 수 없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요”라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더욱이 양회 개막에 맞춰 중국 언론이 저우융캉의 부패와 관련해 그의 친동생 체포 등 다양한 보도를 쏟아내 이러한 기대를 높였다.

따라서 리 총리 회견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느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할지 일찍부터 주목됐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는 기자들에게 ‘저우융캉 사건’에 대한 질문 금지령이 내려졌다. 중국 최고 지도부 내에서 이 사건 공개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 조율이 덜 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저우융캉을 사법처리하면 반부패를 강조해온 시 주석에게 힘이 실릴 수는 있지만 정치적 후폭풍 때문에 선거가 아닌 합의제에 의해 운영되는 집단지도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중국 당국이 기자들에게 “저우융캉 사건을 제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 “질문을 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앞으로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 시간 이상 계속된 회견에서 개혁 심화, 부패 척결, 스모그 대책, 경제 전망, 양안 관계,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 사고 등 14개 안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리 총리는 회견에서 “부패는 인민정부의 천적”이라며 “당규와 국법을 어기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 받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저우융캉 사건과 관련해 이 정도로만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저우융캉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질 경우 현대 중국 정치에서 최고 지도부를 처벌하는 첫 사건이 된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