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교회, 돌봄사역 네트워크 구축해야”… ‘세 모녀 사건’ 으로 정책보완 목소리
입력 2014-03-14 03:32
“우리가 이웃을 꼼꼼하게 돌보지 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봅시다. 이번 일은 우리 목회자와 교인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이웃을 섬기고 사랑을 베푸는 것이 교회의 사명 아니겠습니까.”
지난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의 S교회. 매주 목요일마다 독거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사랑나눔선교회 담당 C강도사가 설교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 말 같은 동네 이웃이었던 ‘송파구 세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해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세 모녀 사건 발생 이후 대통령까지 나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과 정책보완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교계는 지역사회 돌봄 사역의 역할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세 모녀가 살았던 동네로 접어드는 길목에서부터 크고 작은 교회가 눈에 띄었다. 상가 2, 3층의 조그만 개척교회부터 주민들을 위해 카페를 설치한 N교회, 방과후학교를 개설하고 매주 독거노인을 돕는 S교회 등도 눈에 띄었다. 이 지역 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석촌동 일대에만 교인 150명 이상 되는 교회가 20여 곳에 달하고 그 미만인 곳까지 포함하면 30곳이 넘는다.
지역 교회 관계자들은 ‘세 모녀’ 얘기를 꺼내자 한결같이 표정이 어두워졌다. 교회에 직접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의 사명인 ‘이웃 사랑’을 세심하게 실천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세 모녀가 살던 집 바로 앞에 있는 E교회의 충격파는 더 커 보였다. 이 교회는 24시간 교회 문을 개방해 놓고 전도에 힘쓰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이 교회 L장로는 사건 발생 직후 담임목사가 전한 주일 설교 내용으로 성도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각오를 대신 밝혔다.
“온 성도들이 관계 전도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고 돕는데 더욱 힘쓰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세 모녀 사건 이후, 교계에서는 지역교회의 사회복지 사역에 대한 심도 있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구·군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교회 등 지역 구성원들의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연합사역이 대표적이다.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이사장 손인웅(덕수교회 원로) 목사는 13일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고립·은둔·폐쇄형 이웃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지역 구성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 주민들을 발굴·지원하면서 생명 안전망을 촘촘히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지역교회와 구청과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들의 정례 모임을 통해 차상위 계층 등 합법적 지원이 불가능한 이웃을 발굴해 돕는 방안, 집배원이나 ‘야쿠르트 아줌마’등 배달원의 도움을 받아 교회가 돌봄이 필요한 이웃들을 찾아내는 방안 등도 제시되고 있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운영위원장 조성돈 실천신학대 교수는 “세 모녀 사건은 지역교회들로 하여금 ‘우리가 지역사회를 어떻게 꼼꼼하게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기회를 준 것 같다”면서 “지역 네트워크를 통한 효율적인 교회 복지사역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국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기독교회관에서 각계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세 모녀 사건으로 본 기독교 복지사역 사회안전망 토론회’를 개최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