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저탄소차 협력금
입력 2014-03-14 01:37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에 처음 가면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덩치가 큰 사람들이 무척 작은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렬 혹은 개구리 주차를 할 때 다른 차를 거리낌 없이 들이받고 밀어서 빈 공간을 확보한다. 에어컨이 장착되지 않은 차가 대부분이고, 수동변속기가 주류라는 점도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와는 대조적이다. 요컨대 유럽인들은 승용차와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반면 한국인들은 낭비하는 편이다. 그들의 자동차 소비가 실용적이라면, 우리는 과시적이다.
이런 차이는 국민성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환경정책에 따라 부추겨진 부분도 크다. 대표적인 게 승용차를 구입할 때 부과되는 탄소세나 저탄소차 협력금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보다 많은 차를 살 때에는 부담금을 매기고, 기준보다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싱가포르 등 5개국이 도입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프랑스의 경우 2007년 50%이던 저탄소차(CO₂ 배출량 140g/㎞이하) 판매비중을 2012년에는 83.5%로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승용차 보조금은 최대 7000유로(1043만원), 부담금은 최대 7200유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환경부의 예시에 따르면 CO₂ 배출량이 130g/㎞이하인 보조금 구간은 300만원부터 40만원까지 6단계로 구분된다. 141g/㎞이상인 부담금 구간은 20만∼150만원의 7단계로 나눠진다. 보조금이나 부과금만큼 자동차 값이 싸지거나 비싸지면 우리나라에만 유별난 과시 위주의 중·대형차 선호성향이 완화되고, 도시의 대기 질이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4월 말까지 보조금·부과금 규모 확정을 앞두고 자동차 제조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부 국산차 값이 동급의 외제 차에 비해 비싸질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내에서 팔리는 외제차가 보통 배기량은 크지만 연비나 CO₂ 배출량에서는 국산차보다 더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독일 중형차의 CO₂ 배출량은 국산 경차 수준과 맞먹는다. 요컨대 국내 자동차 업계의 친환경차 경쟁력이 낮은 게 문제의 본질이다. 국내 업계는 그동안 이윤이 많이 남는 중·대형차 판매에 치중했고, 경차와 친환경차 개발은 늘 뒷전이었다. 그들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려면 큰 폭의 저탄소차 협력금을 받아들여야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