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 美 필립 로스 장편소설 ‘포트노이의 불평’
입력 2014-03-14 01:36
사회의 구속 벗어나려는 욕망 적나라하게 표출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미국의 필립 로스(81·사진)가 36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포트노이의 불평’(문학동네)은 당시 미국도서관들이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세한 묘사 때문에 금서로 지정했을 만큼 문제작이다. 하지만 번역자인 정영문의 말처럼 “야한 장면이 제시되는 방식은 사춘기 소년이 원하는 대로 야하지도 않고 아무리 몸이 더운 사춘기 시절이었다 해도 이 책을 통해 야한 것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을” 작품이기도 하다.
‘포트노이의 불평’은 앨릭잰더 포트노이라는 서른 중반의 엘리트 변호사가 정신과 의사 슈필포겔에게 자신의 불행한 일생을 토로하는 400쪽짜리 독백이다. 미국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의 기억에 가장 강하게 박혀 있는 인물은 어머니 소피다. 소피는 유대교의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강요하고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청결을 강조하는 사람으로, 포트노이가 집 밖에서 패스트푸드라도 먹었을까봐 아들의 대변까지 검사하려 한다. 포트노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부담스러워하고, 자신의 모든 행동을 제약하는 유대인의 전통을 견딜 수 없어한다.
“이방인이라서 나쁘다느니, 유대인이라서 좋다느니! 사랑하는 부모님, 어쩌다가 나를 자식으로 낳아주신 두 분, 모르세요? 그런 생각이 약간 야만적이라는 걸? 두 분이 표현하고 있는 게 두 분의 공포라는 걸? 내가 두 분에게서 배워 가장 먼저 구별하게 된 것이 밤과 낮도 아니고,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도 아니고, 이방인과 유대인이라는 걸!”(112쪽)
포트노이는 부모의 구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위행위가 주는 순간적인 쾌락에 몰두한다. “손장난을 하루에 한 번으로만 줄일 수 있다면. 아니 두 번, 아니 세 번만으로 버틸 수 있다면! 하지만 곧 영원한 망각이 찾아들 거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오히려 신기록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33쪽) 소설 속 어휘들은 상스러운 비속어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전통과 사회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갈망하는 한 개인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미국문학사에 우뚝 서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