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발목 잡는 낡은 규제 개선을”

입력 2014-03-13 01:33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직접투자를 할 때 계약 전 송금액을 1만 달러로 제한하는 외국환거래 규정이 있다. 1만 달러로 계약금, 사전비용 등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이 낡은 규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2009년 초 L사는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팜 농장을 확보한 A사 지분을 매입하는 협상을 벌이다 막판에 계약을 늦춰야 했다. ‘1만 달러 규정’ 때문이었다. L사는 같은 해 연말에야 계약을 맺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분매입 가격은 최초 협상 때보다 20∼30% 올라버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보건·의료와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업’ 분야에서 불합리하거나 낡은 규제 94건의 개선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전경련은 1인당 면세한도(400달러 이하)도 대표적 규제로 지목했다. 1996년에 정해진 뒤 한번도 바뀌지 않았는데 그동안 1인당 국민총소득은 81%, 소비자 물가는 68% 올랐다.

전경련은 급속한 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못해 서비스산업과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심박센서가 탑재된 모바일 기기나 귀에 흐르는 혈류량을 통해 심박수와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이어폰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의료기기 분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해 출시시기를 늦추고 있다. 의료기기로 분류되면 법에 따라 제품별로 의료기기 제조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허가에는 통상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2004년 휴대전화로 혈당을 측정하는 당뇨폰이 개발됐지만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바람에 해당 기업에서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