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위조’ 국정원 압수수색] “불똥 어디까지…” 초조한 국정원

입력 2014-03-11 03:32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으로 10일 검찰에 사상 세 번째로 서울 서초구 본원까지 압수수색을 당한 국가정보원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압수수색으로 국정원을 겨눈 검찰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정원 내부에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조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나오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국정원 직원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도 매우 당혹스럽다. 이 사건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초조함은 국정원이 휴일인 9일 저녁 늦게 ‘국정원 발표문’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국정원은 “다시 한번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이례적으로 ‘송구스럽다’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세 번이나 썼다.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국정원은 해명이나 반박 자료를 여러 차례 냈지만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유우성(34)씨 간첩혐의 사건의 수사와 공소유지의 파트너였던 검찰의 칼날이 거꾸로 국정원으로 향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더 이상 ‘아군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내부에선 국정원 협력자 김모(61)씨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정원 직원은 “처음 위조 논란이 불거졌을 때 중국 측의 전산이나 행정 착오였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김씨가 문서를 위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불법, 위법에 대해선 담당자 문책이 불가피하지만 외부로 그 파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북한 정보 수집망인 대북 휴민트(HUMINT)가 한층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국정원 내부에서 나온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미 중국 내부에서 우리 인적 자원들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뜩이나 부족한 대북 휴민트 자원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모으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