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짝’ 여성 출연자, 목매 숨져… 마지막 녹화 앞두고 “힘들다” 메모 남겨

입력 2014-03-06 03:21


SBS 예능 프로그램 ‘짝’ 여성 출연자가 제주도 서귀포시 촬영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5일 오후 수사 브리핑을 갖고 숨진 여성 출연자 전모(29·경기도)씨가 남긴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가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이 메모에는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나 너무 힘들었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요. 버라이어티한 내 인생 여기서 끝내고 싶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애정촌에 와 있는 동안 제작진 분들한테 많은 배려 받았어요. 그래서 고마워. 여기서 짝이 되고 안 되고가 아니라 삶의 의욕이 없어요”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전씨는 이날 오전 2시15분쯤 서귀포시 하예동의 B 풀 빌라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전씨가 화장실에서 헤어드라이기 줄을 이용해 목을 맨 상태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전씨가 질식해 숨진 것을 확인했다. 남성 출연진 중 의사가 있어 119 소방대를 이용해 서귀포의료원으로 가는 동안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전씨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판정을 받았다.

숨진 전씨를 처음으로 발견한 동료 여성 출연자는 경찰조사에서 “새벽에 전씨가 방을 나간 뒤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 찾았다”며 “화장실 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해 현지 프로듀서와 함께 강제로 문을 열어 보니 전씨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출연진 진술에 따르면 전씨는 촬영 초반 활기 있는 모습이었지만 사망 전날(4일)에는 활기가 없었으며, 숨지기 전인 이날 0시30분쯤에는 테라스에 혼자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서귀포경찰서 강경남 수사과장은 “5일은 프로그램 촬영 마지막 날로 짝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들었다”며 “사망 전날 저녁 출연진 12명(남7·여5)이 다 같이 모여 회식을 했으며 술도 마신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 과장은 “숨진 전씨의 부모와 출연진, 제작진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전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 내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보험관계 등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찰조사를 받고 나온 숨진 전씨의 부모는 “딸은 모든 일을 다 알아서 할 만큼 매우 적극적인 성격”이라며 “인터넷에 기사가 많이 나간 걸로 아는데 자세한 내용은 곧 터트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경찰서를 떠났다.

남녀 간 짝을 맺어주는 SBS 프로그램 ‘짝’ 제작진 40여명은 지난달 27일부터 제주도 현지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전씨는 주변의 권유로 자신이 직접 이 프로그램 출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