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의 후회 “2008년 금융위기 때 좀 더 공격적으로 대응했어야…”

입력 2014-03-06 01:36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4일(현지시간)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좀 더 공격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서 열린 금융인 모임에서 이같이 말하고 “시장에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를 줘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연설한 것은 지난 1월 퇴임 후 처음으로 사실상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더 공격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음을 후회한 것이다. 당시 연준은 베어스턴스나 아메리칸 인터내셔널그룹(AIG) 등의 금융기관에 긴급대출자금 3조3000억 달러(약 3535조원)를 지원해 이들의 파산을 막았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제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며 “연준이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하긴 했지만 더 적극적일 수 있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리먼브러더스 붕괴 직전 “미국의 자신감이 과다했다”며 “우리가 맨 처음 받은 교훈은 미국도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언론은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달러화를 마구 찍어내는 버냉키 전 의장에게 하늘에서 달러를 뿌린다는 의미로 ‘헬리콥터 벤’이라고 조롱했다.

그는 부실금융기관을 구제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낙인을 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다며 “나는 학자라 가설에 익숙하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아 가설을 사용할 수 없어 소통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퇴임 후 강연과 회고록 집필에 매진하는 그는 이번 강연으로 최소 25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7일은 미국 휴스턴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