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統獨 관련 벤치마킹 외교 협의 기대 크다

입력 2014-03-06 01:51

통일 공감대 확산시키는 계기되길

우리나라와 독일 간 외교 협의 채널을 가동해 통독(統獨) 과정에서의 외교정책 등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면서도 승전국가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을 상대로 효과적인 외교전을 펴 통일을 이룬 뒤 명실상부한 일등국가로 도약한 독일을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번 양국 간 합의는 우리 통일부와 독일 연방내무부가 지난 2011년 출범시킨 한독통일자문위원회와는 격이 다르다. 자문위원회는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반민반관의 협의체이지만 이번에 출범하는 통일외교 채널은 정부 차원의 기구다. 곧 출범하는 통일준비위원회의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무게감이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전 이미 국민일보는 지난해 창간 25주년을 기념해 연중기획 시리즈 ‘독일을 넘어 미래 한국으로’를 통해 독일을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열강에 의한 강제적인 분단을 슬기롭게 극복한 독일이 통일 이후 동서의 통합된 에너지를 바탕삼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통일 독일은 유럽연합 27개국 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성장 속에 세계의 리더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번에 양국 외교 협의체가 구축되면 우리는 먼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분단된 조국을 다시 통일시킬 수 있었는지를 확실하게 배워야 한다. 세계를 상대로 두 차례나 큰 전쟁을 벌인 독일은 주변국은 물론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강대국의 가장 큰 경계대상이었다. 반인권적 만행 때문에 문명국의 공적(公敵)으로 추락했다. 이런 독일이 어떤 대외정책을 폈기에 통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마침내 베를린 장벽을 허물 수 있었는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는 역사적으로도 독일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 왔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단적으로 증명하지 않는가. 두뇌가 뛰어난 점과 근면·성실한 민족성도 닮았다. 바로 이런 공통점들이 양국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으며 마침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외교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는 성과를 이룬 것 아니겠는가. 이 협의체를 통해 통독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배워 통일 한반도의 기반을 다지는 일대 전기가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통일 이전의 구 동독과 우리가 상대하는 북한의 체제가 너무 달라 독일식 접근법이 꼭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 우려스럽긴 하다. 소련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동독과 중국의 혈맹인 북한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상당히 차이 나기 때문이다. 동독과 북한의 이동(異同)점을 분명히 가려 국제협력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북통일은 이 시대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민족적 과제다. 분단시대를 매듭짓고 통일 시대로 진입하는 것은 세계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통일과정에서 빚어진 숱한 어려움을 뛰어넘어 성공적으로 안착한 독일과 외교 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것 자체로 통일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선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