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능 프로그램 인격침해 요소 재점검해야

입력 2014-03-06 01:35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 촬영 도중 여성 출연자가 사망한 사건이 방송가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 출연자는 5일 새벽 제주도 촬영 현장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부모님께 미안하다’,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내용의 유서와 함께 신변을 비관하는 일기를 남겼다고 한다. 경찰은 사망자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 중이다.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살이라면 고인은 짧은 기간 안에 서바이벌 경쟁으로 만나고 버림받는 과정의 스트레스가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이런 포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 방영되기 시작한 ‘짝’에 대해서도 외모지상주의, 홍보성 출연, 인터넷에서의 개인 신상공개 등 숱한 논란을 빚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하는 경우, 연예계 활동 전력이 있는 출연자가 나온 경우 등이 도마에 올랐다. 화제가 된 출연자는 방송 다음날 아침이면 네티즌들의 ‘신상털기’나 과거 사생활 공개의 대상이 되는 일도 잦았다.

진행 방식도 출연자들에게는 가혹할 수 있는 것이다. 촬영 무대인 애정촌은 기본적으로 결혼할 짝을 찾아 나서는 무거운 장소다. 단기간에 만남과 여러 번의 선택, 그리고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은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생기는 감정변화를 며칠 만에 다 겪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 간의 신경전, 외모·직업·인격상 자존심 손상 등을 감수해야 한다. 남녀의 극단적 상품화를 전제로 한 비인간적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사들이 자제해야 한다.

SBS는 5일 밤 예정된 ‘짝’의 방송을 하지 않았다. SBS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유가족과 출연자들을 위로했다. 사망 원인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제작진의 출연자 관리 소홀 책임 및 프로그램 폐지 여부도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은 이번에야말로 시청률 지상주의에 얽매이지 말고 예능 프로그램 전반의 윤리 및 인격권 침해 요소를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