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할머니들 미쓰비시 상대로 추가 소송
입력 2014-02-27 16:45
[쿠키 사회] 일제 강점기 강제노동에 시달린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유족들이 3·1절을 앞두고 일본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7일 오전 광주지법에 손해배상 소송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송의 원고는 김재림(84)·양영수(85)·심선애(84) 할머니와 숨진 오길애 할머니의 동생 오철석(78) 할아버지 등 4명으로 청구액은 1인당 1억5000만원씩 모두 6억원이다.
고 오길애 할머니는 1944년 12월 일본 도난카이 대지진 당시 공장 건물더미에 깔려 숨졌다.
시민모임은 근로정신대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현실적으로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을 낸 할머니들은 1943~1944년 초등학교 재학 당시의 일본인 담임, 교장 등으로부터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꼬임에 속아 근로정신대에 지원했다가 수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시민모임은 또 미쓰비시가 1952년 당시 사망자들을 기리는 순직비에 사망자 명단을 동판으로 새기는 과정에서 오 할머니 등 한국인 소녀 6명의 이름을 고의로 누락했다가 1988년 일본 시민단체의 항의로 이름을 추가로 새겼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국무총리 산하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로부터 피해자로 판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모임은 이날 소장을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한·일 양국의 양심적 시민과 더불어 피해보상과 공개사과를 미쓰비시 중공업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원고인 김재림 할머니는 “일본으로 끌려가 미쓰비시 항공기 제작회사에서 하루 종일 군용비행기의 부속품을 깎고 비행기 날개에 페인트 칠을 했지만 월급은 고사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영수 할머니도 “가끔 빵이나 감자를 얻어먹었고 어쩌다 밥은 단무지 반찬에 한 숟가락 정도가 전부였다”고 울먹였다.
일본 현지에서 적극적 지원활동을 벌여온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 등 일본인 3명도 이날 소장을 제출하는 데 함께 참석했다.
앞서 26일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중국에서 발생한 일본 기업들의 중국인 강제징용과 관련해 모한장(牟漢章)씨 등 피해자와 유족 등 37명이 일본 2개 기업을 대상으로 1명당 100만위안(약 1억74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광주지법은 지난해 11월 다른 원고 4명에게 1억5000만원씩, 유족 1명에게 8000만원 등 모두 6억8000만원의 위자료를 미쓰비시로 하여금 배상하도록 선고한 바 있다. 미쓰비시 측은 항소로 이 재판은 현재 광주고법에 계류 중이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