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결산 (4)-‘평창 유망주’ 키워라] 종목별 ‘특급 에이스’ 선발절차 떠나 특별관리해야
입력 2014-02-27 01:35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종합 순위 13위(금3·은3·동·2)로 당초 목표인 금메달 4개 종합 10위 안에 들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다. 4년 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에선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전망은 밝지 않다. 비인기 종목에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세계 수준에는 한참 못미치고, 전통 메달밭인 빙상 종목은 실력 평준화로 안심할 수 없는 샌드위치 상황이 우려된다.
한국은 2018 평창올림픽에서 종합 6위를 했던 2010 밴쿠버올림픽(금6·은6·동2) 성적을 최소한 뛰어넘어야 개최국 체면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소치 대회는 각 종목별로 유망주 발굴이 시급하다는 점을 한국팀에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따라서 4년 뒤 20세 안팎이 되는 현재 15∼16세 어린선수들을 발굴해 집중육성하는 종합적인 메달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동계올림픽의 꽃’인 피겨에서는 은퇴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를 이어갈 걸출한 후계자가 없다. ‘김연아 키즈’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이 소치올림픽 결선까지 진출했지만 아직 기량이 메달권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리프니츠카야와 소트니코바 등 러시아 신예들이 무서운 성장세여서 이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피드스케이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으나 평창올림픽에서도 뛸 지는 미지수다. 물론 본인이 은퇴를 하고 싶어도 국민들의 열망에 등떠밀려 다시 출전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이상화 없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전망은 어둡다. 남자 단거리와 장거리 간판 모태범(25)과 이승훈(26·이상 대한항공)은 여전히 메달 후보로 꼽히지만 4년 후엔 적지 않은 나이여서 철저한 관리와 함께 후계자 발굴도 필요하다.
남녀 쇼트트랙은 전통적인 라이벌인 중국, 캐나다에 이어 러시아까지 강국으로 부상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여자팀은 심석희(17·세화여고)와 박승희(22·화성시청)를 포함한 유망주들이 평창에서도 에이스로 뛸 수 있어 그나마 큰 위안이 된다. 하지만 남자 쇼트트랙은 다르다. 걸출한 에이스가 없어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지금부터 특급 에이스를 발굴하지 않으면 4년 뒤에도 비슷한 좌절을 맛볼수 있다. 따라서 누가봐도 실력이 출중한 에이스는 선발절차와 상관없이 특별관리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해 보인다. 파벌 다툼의 여지를 없앤다는 취지로 만든 현재의 선발절차가 오히려 에이스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가장 관중이 많은 아이스하키는 현재 한국팀 실력으로는 올림픽 출전권 조차 따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아이스하키만이라도 안현수 사례 처럼 북미나 러시아의 스타급 선수들을 집중 물색해 귀화시키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빙상과 피겨스케이팅에 몰려있는 메달 종목을 설상과 썰매 종목으로 넓히는 것은 꼭 풀어야할 과제다. ‘스켈레톤의 무서운 신예’ 윤성빈(20·한국체대), 봅슬레이 간판 파일럿 원윤종(29·경기연맹),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의 ‘신성’ 최재우(20·한국체대), 여자 컬링 대표팀 등은 메달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다는 점도 확인했다.
따라서 전통 메달밭이든 새로 도전할 종목이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선진기술 및 훈련기법을 도입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4년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