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논의 본격화-靑에만 쏠리는 힘… 문제는 없나] 정책 일관성은 바람직… 책임은 ‘부담’
입력 2014-02-27 02:31
출범 2년차를 맞은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무게중심이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 북한 문제를 포함한 대외정책을 관련 부처와 조율하고 정리하는 역할이 청와대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도한 힘 쏠림 현상이 계속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미 6년 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부활, 청와대 국가안보실 확대 개편을 통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층 강화했다. 여기에 기존 부처 및 헌법 기구와 성격, 기능 등이 유사한 통일준비위원회까지 출범하면 청와대 한 곳에 남북 문제는 물론 전반적인 외교·안보 정책의 수립, 집행 기능이 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직접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거듭 강조한 만큼 앞으로 현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대북정책 수립 등 통일과 관련된 큰 그림은 통일준비위가 각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북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남북 대화를 주도해야 할 부처인 통일부는 청와대의 독주 속에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남북이 청와대와 국방위원회 등 최고기관 간 ‘핫라인’ 소통에 나서면서 통일부는 본연의 업무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내준 상태다. 여기에 통일 준비를 위한 정책과 구체적 실천방안 수립 기능까지 통일준비위에 부여될 경우 앞으로 통일부는 고유 업무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물론 과거 역대 정부 때마다 불거졌던 부처 간 대북정책 혼선, 엇박자 등을 방지하는 측면에서 보면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청와대가 대외정책 분야에서 전면에 나선 뒤 시행착오 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는 부담도 있다. 통일준비위와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과의 기능 및 역할 중복 우려도 계속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26일 “거의 모든 것을 청와대가 이끄는 형태로 가는 거버넌스가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통일부는 통일·대북 정책의 총괄 부처가 아니라 일정 역할만 하는 부처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기존 부처가 할 일을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할 필요가 있느냐”며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고 교류의 폭을 늘리면 되고, 비상대책은 대통령이 해당 부처에 조용히 준비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통일준비위와의 기능 중복 또는 상충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통일준비위는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통일정책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통일부는 주무 부처로서 국정운영 핵심 과제인 통일시대 기반 구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통일준비위의 구성을 위해 여·야·정 실무준비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시작부터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남남 갈등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