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의 시편] 잊지도 잃지도 말아야 할 것
입력 2014-02-27 01:34
인생은 망각의 존재요 삶은 상실의 연속이다. 어떤 사람은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잊고, 약속을 잊고, 삶의 목적과 의미, 내일을 향한 꿈과 비전을 잊고 산다. 다른 사람들은 돈과 지갑, 반지나 시계 같은 것들을 잃어버려 마음이 언짢아지거나, 명예를 잃고 건강을 잃고 심지어 사랑하는 자식이나 부모형제를 잃어버린 채 산다. 삶을 살아가노라면 한때 잊었다가 생각나는 언약이 있는가 하면 한 번 잊으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잃어버렸다 찾을 수 있는 열쇠나 돈이 있는가 하면 한 번 잃어버리면 절대 되찾을 수 없는 생명이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고,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어버린 후 허망함과 당혹감 속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요, 망각과 상실 때문에 망연자실해 황망한 정신을 갖고 긴 시간 고민하며 번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결코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잊고, 결코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을 잃어버리고도 태연하게 아무런 느낌 없이 사는 것이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인지 모른다. 잊고 잃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지난날의 슬픈 이별과 뼈에 사무치도록 저주스런 일들이나 가슴 아픈 사건을 잊는 것은 유익이요 축복이라는 뜻에서 망각과 상실이 유익하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망각과 상실은 우리에게 크고 작은 고통을 주고 아픔을 준다. 무엇을 잊어 버렸을 때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가, 무엇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큰 상실감과 허망함을 가졌던가.
옛 현인의 말에 돈을 잃으면 조금 잃어버린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큰 것을 잃어버린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어버린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돈과 명예, 건강을 잃어 버렸을 때보다 더 마음 아프고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는 자식을 잃어버린 때가 아닌가. 더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단된 조국의 상황 때문에 혈육과 생이별하고도 재회의 기약 없이 내일을 가슴에 담고 쓰라린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는 사람들이 썩어 냄새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유리방황하며 정처 없이 평생을 방랑자로 해매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인생의 목적을 잃지 않고 올바른 삶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삶을 저버리고 싶은 때라도 포기하지 않는 소망의 줄만 잃지 않는다면, 당장 죽임을 당해 모든 것이 끝장날 것 같은 상황이라도 영원을 보장하시는 예수님만 잃지 않는다면 그는 영원한 천국을 얻었으니 아무것도 잃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세상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다 가졌어도 영원한 소망과 천국의 보장이 없다면 결국은 그렇게도 잊지 않고 잃지 않으려 했던 것을 다 잃고 잊게 될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오직 예수님만 잊지 않고 잃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아무것도 잃은 것이 아니리라. 오늘 나는 무엇을 잊지 말고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할까.
<수원중앙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