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 후 ‘정부 3.0’ 프로젝트를 앞세우며 공공정보 개방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이 문제에서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공공기관 문서의 원문 공개를 추진한다지만 현재 시행 중인 정보공개 청구에도 정부 부처는 묵묵부답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 과정에 대해’, ‘국민 중심으로’ 제공한다는 정부 3.0의 실패는 불 보듯 훤하다.
국민일보가 17개 중앙부처에 지난해 비정규직 인력 현황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아무런 이유 없이 1차 통지기한(10일)을 넘긴 부처가 5곳이나 됐으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조차 20일이나 지나도록 달다 쓰다 말이 없었다. 정부가 공급자 위주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주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뿐 구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의 단적인 방증이다.
정부의 투명성 확보와 시민 참여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정보공개는 거스를 수 없는 현대 행정의 핵심 가치다. 정부는 데이터를 공개하고, 시민과 시장은 데이터를 사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이 과정에서 가치 있는 피드백이 형성되고 정부의 투명성과 효율성은 증가한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앞장서서 공공정보를 적극 공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경우 2009년 한 고교생이 공개된 서울과 경기지역의 버스 정보 데이터를 이용해 노선도부터 실시간 운행정보까지 담은 응용 프로그램(앱)을 만들어 한 달 만에 4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경찰서에서 발표하는 범죄율 데이터를 이용해 범죄 예방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음식점 인허가 통계를 이용하면 창업에도 도움이 된다.
공공정보는 잘 이용하면 창조경제를 획기적으로 일으키는 훌륭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의 정보 독점주의와 관 우월주의 때문에 정부 3.0 프로젝트는 무용지물 위기에 처해 있다. 공공정보는 정부의 재산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을 결코 잊지 말기 바란다.
[사설] ‘정부 3.0’ 하려면 제대로 하라
입력 2014-02-26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