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대회 결산] 54조원 들인 잔치… ‘텃세 판정’ 등 오점

입력 2014-02-24 01:36 수정 2014-02-24 03:03

개최국 러시아를 위한 잔치였다. 집권 3기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막대한 물량 공세를 펼쳤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러시아는 개막 전부터 ‘푸틴의 올림픽’이라는 수사가 붙을 정도로 소치올림픽에 심혈을 기울였다.

소치올림픽 준비에 들어간 예산만 500억 달러(약 54조원)가 넘었다. 화려한 개막식은 러시아의 문화적 자부심으로 가득했지만 뭔가 ‘2%’ 부족했다. 오륜기를 상징하는 눈꽃모양의 원형구조물 5개 중 1개가 펼쳐지지 않아 ‘사륜기’로 그쳤다.

러시아는 동계스포츠 강국이었다. 금메달 7개로 종합 1위를 차지한 1956년 동계올림픽 이래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까지 한 번도 종합 순위 2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1998년 나가노올림픽을 기점으로 쇠락의 기미를 보였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는 금메달 3개로 종합 11위에 그치는 굴욕을 맛봤다.

푸틴의 러시아는 소치올림픽에서 옛 영예를 되찾아 새로운 위상을 만방에 과시하고 싶어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러시아는 13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고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를 보태 노르웨이(금 11·은 5·동 10)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당초 5∼9개 금메달을 따내 4위 정도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단숨에 동계스포츠 최강국 위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명예로운 편은 아니다.

11개의 금메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개의 금메달이 귀화 용병 선수들의 땀방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빅토르 안)가 8년 만에 3관왕을 재현해 러시아 메달 레이스를 이끌었다. 스노보드 2관왕에 오른 빅 와일드도 미국에서 귀화해 푸틴에게 힘을 실어줬다.

문제는 어이없는 텃세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가 은메달로 밀려나고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세계적인 논란이 됐다. 각국 언론에서 심판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판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한적한 휴양지에 만들어낸 소치올림픽은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개막 전부터 테러 위협이 거듭 제기되면서 선수와 관계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른 채 소치에 들어와 17일 동안 맘고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제 소치올림픽의 화려했던 잔치는 끝났다. 푸틴이 학수고대하던 ‘러시아의 꿈’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텃세와 편파 판정 등으로 얼룩진 기록과 영상은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