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사랑니” 방치했다간 턱뼈 녹이는 물혹 생긴다
입력 2014-02-24 01:39
김모(32)씨는 최근 치과에 갔다가 어금니 쪽 잇몸에 사랑니가 숨어있고, 그 곁에 지름 2㎝ 크기의 낭종(물혹)이 생겨 턱뼈가 녹아들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과 의사는 어금니 쪽 턱뼈가 더 녹을 경우 안면신경 손상에 의한 마비 및 안면비대칭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평소 특별히 통증이나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김씨는 크게 당황했다.
김씨처럼 잇몸 속에 숨어 있는 바람에 있는 줄도 몰랐던 사랑니 때문에 생긴 합병증으로 치과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명훈 교수는 23일 “잇몸 안에 완전히 묻혀 있는 매복 사랑니가 물혹이나 종양 등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는 연구결과에 따라 적게는 3%, 많게는 23%에 달한다”며 “하지만 턱뼈를 녹이는 등 염증이 상당히 번질 때까지도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랑니는 턱뼈가 작아진 현대인의 구강 내 공간 부족으로 비뚤게 나거나 아예 잇몸 속에 묻혀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가 생겨도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아무런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은 매복 사랑니 곁에 물혹이 생기고 심한 염증으로 통증을 느낄 때쯤에야 뒤늦게 치과를 찾게 된다.
물혹이 커진 탓에 이가 시리고 주변 어금니까지 흔들리거나 입안에서 찝찔한 진물이 나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것이어서 주변 어금니도 살리기 힘들어지게 된다.
명 교수는 “사랑니 머리 부위가 잇몸 속에 묻힌 채 반복적으로 염증을 일으키면서 그 치아를 감싸고 있는 주머니에 물이 차 물혹이 점점 커지는 순서로 악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랑니 물혹 때문에 발생하는 합병증이 적잖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물혹이 커지면서 계속 턱뼈를 녹일 경우 인접한 어금니가 흔들리게 되고, 턱뼈가 약해져 가벼운 충격에도 턱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
또 물혹이 커져 턱뼈 속의 신경을 압박하게 되면 마취주사를 맞은 듯한 감각이상과 함께 때로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턱뼈 주변이 물혹 때문에 부풀어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외관상 얼굴 모양이 비뚤어지는 안면비대칭이 될 수 있다.
일단 잇몸에 물혹이 생기면 원인을 제공한 사랑니를 뽑고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수술은 제법 까다로운 편이다. 남은 턱뼈를 보존하면서 물혹과 사랑니를 동시에 제거해야 하므로 수술 범위가 크고, 신경까지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형국을 피하는 길은 40대 이후엔 특별히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회사나 집에서 치과를 지정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다. 치과 정기검진을 받으면 사랑니 주변에 약간이라도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바로 퇴치할 수 있어 물혹으로 발전할 여지를 봉쇄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잇몸 속에 숨어 있는 사랑니와 물혹은 동네 치과에서 X-선 검사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명 교수는 “20세가 넘도록 사랑니가 나지 않고 평소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연 1∼2회 치과를 방문해 스케일링 등 구강위생관리를 받으면 혹시 모를 잇몸 속 사랑니 말썽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