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아듀! 김연아… 그녀의 황홀한 마법에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입력 2014-02-21 02:31

김연아는 만 16세이던 2006년 11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4차 대회에서 쇼트 62.68점, 프리 105.80점, 합계 168.48점으로 3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이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선 합계 184.54점으로 두 대회 만에 시니어 무대 정상에 올라 ‘여왕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후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단 한번도 시상대 밖으로 밀려나지 않으며 세계 피겨의 새 역사를 써나갔다.

주니어 시절 힘든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느라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던 김연아는 이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으며 한층 성장했다. 많은 선수들이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오면 몸이 무거워지면서 점프가 낮고 부정확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김연아는 오히려 밴쿠버올림픽 때까지 매 시즌 발전을 거듭했다.

시니어 데뷔 연도인 2006∼2007시즌 김연아는 강렬한 탱고 리듬의 쇼트 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를 앞세워 ISU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1위를 거머쥐었다. 그는 2007년 5월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며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코치 브라이언 오서-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드림팀이 가동된 것이다. 2007∼2008시즌 김연아는 ‘박쥐 서곡’과 ‘미스사이공’으로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했지만 세계선수권대회는 2년 연속 3위에 머물렀다. 2009년 김연아는 쇼트 ‘죽음의 무도’와 프리 ‘세헤라자데’를 완벽히 연기해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주체제를 굳혔다.

드디어 맞이한 올림픽 시즌에 김연아는 쇼트에선 본드걸로, 프리에선 우아한 거슈윈의 음악에 맞춰 완벽하게 변신하며 대관식을 준비해 나간다. 자신의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꾸준히 완성도를 높인 그는 마침내 밴쿠버올림픽에서 쇼트와 프리 프로그램 ‘올 클린’을 달성하며 ‘피겨여왕’으로 등극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김연아는 피로감을 느끼며 은퇴를 고민했다. 하지만 팬들의 열망은 거부할 수 없었다. 한동안 국제무대를 떠나 있었던 여왕의 ‘클래스’는 소치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김연아가 걸어온 길은 피겨의 역사가 됐다. 그는 신(新)채점제 아래서 최초로 총점 200점을 돌파했고, 밴쿠버올림픽에선 228.56점이라는 깨기 힘든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특히 주니어 시절부터 모든 경기에서 시상대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사상 최초의 여자 피겨선수다.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든 여왕의 시대가 화려한 피날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