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아듀! 김연아… 여섯 살 당찬 꼬마서 여왕으로, 17년 대서사시

입력 2014-02-21 03:37


“나는 줄곧 우연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은 필연이었는지 모른다. ‘세렌디피티’라고 해야 하나. 누구에게나 우연을 가장한 기회가 찾아온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자전 에세이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피겨와의 첫 만남을 그렇게 설명했다. 세렌디피티는 2001년 개봉한 미국 영화로, 남녀 주인공이 우연을 통해 운명적인 재회를 한다는 내용이다.

김연아가 여섯 살 되던 해 여름. 집 근처 과천시민회관에 실내 빙상장이 생겼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빙상장을 찾은 김연아. 피겨를 배우는 초등학생 언니들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날 이후 부모를 졸라 강습반에 등록했다. 함께 등록했던 언니는 몇 달 후 “재미없다”며 그만뒀지만 김연아는 집에 가면 만화 대신 피겨 선수들의 비디오를 볼 만큼 피겨에 푹 빠졌다.

당시 그를 지도했던 류종현 코치는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다. 류 코치는 유명 피겨 선수들의 연기를 흉내 내는 김연아를 보고 “연아는 세계적인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며 어머니 박미희씨에게 선수로 키우자고 제의했다. 박씨는 고민을 거듭했다. 최소한 10년 넘게 피겨를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딸의 재능을 믿고 장래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이후 김연아의 생활은 피겨가 전부였다. ‘피겨 퀸’이 되겠다는 꿈 하나로 매일 피나는 훈련을 했고 방학 때는 미국 등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완벽한 점프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천 번을 뛰고 또 뛰었다. 자신도 모르게 성공한 트리플 토루프는 줄넘기 2단 뛰기 연속 70번의 고통스런 훈련이 만들어낸 열매였다.

이렇게 김연아는 초등학교 시절 트리플 악셀을 제외한 5가지 종류(살코, 러츠, 플립, 루프, 토루프)의 트리플 점프를 모두 마스터했다. 국내에는 적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2년 4월, 김연아는 첫 국제대회인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트로피대회 노비스 부문(13세 이하)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곧 이어 발목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에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게다가 사춘기가 찾아와 어머니와 다투는 날도 많아졌다. 다행히 그해 동계 전국체전에서 완벽한 연기로 1위를 차지하면서 고비를 넘었다.

김연아는 2003년 중학생이 되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를 누볐다. 당시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세계무대를 석권하던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2004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에 이어 2위에 올랐고, 2006년 3월 마침내 아사다의 벽을 처음으로 넘어서며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석권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