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北, 이산상봉 준비 어떻게… 사상교육에 외모 관리까지, 행사 앞서 예행연습 많이 해
입력 2014-02-21 01:35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나선 북측 참가자들은 어떻게 선정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상봉장에 나오는 것일까. 상봉행사에 밝은 탈북자들과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측 참가자들은 행사에 앞서 사상 교육뿐 아니라 사진 촬영을 의식한 외모 치장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선 참가자로 선정되는 것부터 까다롭다. 북측은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 등을 철저히 고려해 참가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20일 “북한의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이 대상자를 추릴 때 참가자가 사상교육을 잘 따를 만한 성향인지를 따져보는 것은 물론이고 남한에 있는 가족이 누구이며 어떤 관계인지 다 파악을 해서 선정한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날짜가 잡히면 북한에서는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참가자들을 전원 소집한다. 이들은 행사 한 달여 전부터 평양 등지의 호텔로 집결한다. 사상교육은 지역별로 나눠 진행되기도 하는데 주로 남한 측 가족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일종의 ‘매뉴얼’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탈북자 김모(43)씨는 “‘북한 주민들은 다 잘 살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는 대답을 하도록 교육한다”며 “행사 진행요원이 다 보위부 관계자들이고 CCTV에 일거수일투족이 찍히기 때문에 가족들을 만나도 매뉴얼대로 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모 관리’도 이뤄진다. 탈북자를 관리하는 서울 일선경찰서 보안계 관계자는 “상봉 날짜를 앞두고 쌀밥에 고깃국, 비타민 등을 먹여 살을 찌우게 한다고 들었다”며 “상봉 행사 때 계속 언론에 노출되는 등 사진이 찍히기 때문에 남한 사람들에 비해 왜소해 보이지 않도록 신경 쓴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남한에 가족을 둔 이들을 ‘적대계급’으로 분류한다.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이들은 대부분 하층민에 속하는 노동자나 농민이다. 김씨는 “너무 마르거나 병약한 사람은 단시간에 살을 찌우거나 회복하기 어려워 아예 행사에서 제외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옷차림을 선택할 수도 없다. 참가자들은 평양에서 교육을 받으며 북한 보위부로부터 제공받는 옷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은 양복, 여성은 한복 차림이다.
행사 당일 남측 가족으로부터 받는 물건이나 현금 액수도 통제한다. 김씨는 “남측 가족들에게 ‘잘 사는 사람’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받지 말라고 알려 준다”며 “돈을 주면 ‘넙죽’ 받는 것이 아니라 ‘북한은 거지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도록 교육한다”고 말했다. 또 참가자들은 남측 가족으로부터 받은 돈의 상당액을 국가에 반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상봉행사를 앞두고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선발·교육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대표는 “이번 상봉행사는 행사가 몇 차례 연기되면서 교육할 시간이 더 많았다”며 “김정은 집권 이후 이뤄지는 첫 상봉인 만큼 더 강도 높은 교육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박세환 전수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