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유사 “신사업 진출로 불황 돌파”
입력 2014-02-21 01:32
정유사들이 불황의 돌파구를 찾아 잇달아 신사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정제마진이 하락해 주력사업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사업’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석유개발사업 영업이익은 2008년 2944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1년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5546억원에 달해 3년 연속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했다.
석유개발사업 매출액은 SK이노베이션 계열 전체 매출의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전체의 40.1%에 이른다. 매출로 나타나는 외형은 작지만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알짜배기 사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에도 석유개발사업 역할이 상당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일 “전 세계 15개국에서 22개 광구, 4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지분원유보유량도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약 9개월을 사용할 수 있는 6억3300백만 배럴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올해 석유화학생산 시설인 PX(파라자일렌)공장 건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PX는 천연섬유를 대체할 수 있는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의 기초 원료로 쓰인다. GS칼텍스는 탄소섬유와 바이오부탄올 등 고부가 복합소재 개발·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에 쏠린 사업역량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탄소섬유는 산업계에서 소재 경량화를 위한 신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GS칼텍스는 탄소섬유 개발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중소기업 등 7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2011년 9월부터 ‘석유잔사물을 활용한 탄소섬유 및 자동차부품 응용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다 바이오부탄올 생산을 위한 플랜트를 2016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직접 사업화와 플랜트 수출, 기술 라이선스 사업 등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윤활기유(윤활유) 분야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쓰오일은 경북 울주군 온산공장에서 하루 4만27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능력으로 세계 2위다. 이 공장에서 나오는 자동차·선박·공업용 윤활유 및 특수용도 윤활유는 국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에쓰오일은 대규모 정기보수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각 사업 부문별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반면 윤활기유 부문은 생산능력 개선 등의 효과를 등에 업고 영업이익 1556억원을 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온산공장을 확장해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연간 180만t의 PX 생산능력도 갖췄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상업용 유류탱크 터미널 사업에 뛰어들었다. 울산 신항에 총 8만6800㎡ 부지를 매립해 건설한 현대오일터미널은 최대 5만t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시설과 40여개 저유소(30만㎘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상반기에 윤활기유 사업에도 진출한다. 글로벌 다국적기업 쉘(Shell)과 공동 출자해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원유 정제사업만으로 버티기에는 이미 사업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며 “원유에서 뽑아낸 원료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