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 국회가 활발히 논의할 필요 있다

입력 2014-02-21 01:51

대통령에 부담주지 않는 선에서 여론수렴 나서야

여야 의원 154명으로 구성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20일 전체회의를 갖고 전국시민모임을 결성해 개헌 여론을 확산시켜 나가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블랙홀에 빠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개헌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의원들이 다시 불을 지피고 나선 형국이다.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과 국회의원들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과 국회의원의 80% 정도가 개헌을 원하고 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신년사에서 “많은 국민이 우리 사회에 맞는 새로운 헌법의 틀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더욱 튼튼한 미래를 위해 개헌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생각은 민주화 열기 속에 개정된 이른바 ‘1987년 헌법’이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를 바탕에 깔고 있다. 핵심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어떤 식으로든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현 제도는 장기집권 방지와 양김(김영삼 김대중)의 권력 나눠먹기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5년 단임이다 보니 집권 초기에는 제왕적 대통령이었다가 말기에는 식물 대통령으로 추락하는 비정상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권력층 부패와 정쟁 격화를 초래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은 이미 오래전에 형성된 상태다. 개헌을 할 경우 남북관계와 경제환경 등의 변화를 감안해 헌법 전반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예산심의와 감사, 국회의원 특권 문제도 개정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개헌의 시기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 틀과 국정운영의 토대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시 고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졸속은 절대 금물이다. 특정 정파가 정략적으로 밀어붙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 문제는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집권 초기에는 개헌논의 자체를 금기시한다는 점이다. 워낙 큰 이슈여서 논의가 불붙을 경우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부정적 발언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집권 후반기로 미룰 일도 아니다. 차기 대통령 후보가 가시화될 경우 필연적으로 정파적 유불리를 따질 것이기 때문에 국가장래를 위한 발전적 논의가 어려워진다. 개헌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됨은 말할 것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말기에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것이 좋은 예다.

따라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차질을 빚지 않는 선에서 국회가 지금부터 개헌논의를 활발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는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대통령은 개헌논의와 무관하게 국정에 전념하면 된다. 개헌은 여야 및 국민 합의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